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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기록

독서에도 레벨이 있다.

by 멈가


도무지 몰입하기 힘든 세상이다. 시끄럽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진다. 스마트폰은 항시 우리를 유혹한다. 덕분에 책 한 권 완독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다 보면 단계적 성장을 느끼게 된다. 즉 독서에도 레벨이 있다.

첫 번째 단계는 그저 읽는 것이다.

읽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적 호기심에 읽기도 하고, 멋져 보여서 읽기도 한다. 또는 조용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읽기도 한다. 대개는 복합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뭘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표지가 마음에 드는 것, 제목이 끌리는 것을 골라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취향을 알아간다.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간다.

안타까운 점은 읽고 나면 대부분 잊어버린다. 읽고 잊고의 반복이다. 게다가 책이 SNS 콘텐츠보다 재미있을 수는 없다. 이 단계에서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 책은 마치 건강식 같아서 간이 심심하다. 그 맛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은 계속 읽어 나간다.


두 번째 단계는 기록하기이다.

애써 읽은 책의 내용을 대부분은 잊어버리니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때부터는 기록을 시작한다. 이때 두 부류로 나뉜다. A 부류는 책에 직접 메모한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밑줄 긋거나 형광펜을 칠한다. 여백에 자기 생각을 적기도 한다. 반면 B 부류는 따로 독서 노트를 만든다. 취향에 따라 종이 노트일 수도 있고, 디지털 파일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감명 깊은 문장을 메모하고 책 전반적인 내용을 요약한다. 어느 쪽이든 좋다. 나는 B부류에 속한다. 주기적으로 책을 중고 서점에 판매하기 때문에 깨끗이 본다. 그 대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따로 메모한다. 느낀 점 위주로 에세이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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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계는 적용하는 단계이다.

독서는 적용하지 않으면 그냥 노동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내 삶에 적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 사이에는 벽이 존재한다.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냥 읽고 기록하는 것과 삶의 적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이때는 상당한 행동력이 요구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단계가 다를 수 있고, 애초에 레벨 따위는 없을 수도 있다. 아무렴 어떠한가. 독서는 늘 옳다. 적어도 내게는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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