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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멈가 Aug 25. 2023

충분히 흔들리고 후회하세요.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박서준)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는 점이다.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바로 그런 모습에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는 어떠한가?


 나의 경우, 평생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살아왔다. 단 한 번도 굳은 확신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간 적은 없다. 늘 흔들리고 걱정하고 의심하고 후회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 걸 보면, 여자의 마음만 갈대인 것은 아닌 듯하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다. 동시에,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까 인생은 정답도 없는 문제를 계속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 자체로도 고역이지만, 우리를 더 망설이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기회비용이다. A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B의 가치 말이다. 예를 들어, '그때 B를 선택했다면 지금 내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미련은 남는다.


 선택의 순간마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우리는 나약한 것일까?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자. 나는 연구직 종사자인데, 직업상 고충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최신 연구 동향을 늘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같은 주제의 연구라고 해도 그 결과가 엎치락뒤치락이다. A가 좋다고 했다가도, 어느 순간 B가 좋다고 한다. 나 참, 어쩌란 말인가.


 알다시피 논문은 세계의 석학들이 내놓는 연구의 보고이다. '집단지성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논문조차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다. 하물며 각 개인이 내놓는 선택은 어떠하겠냐는 말이다. 우리가 갈팡질팡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행인 점은, 비록 연구 결과가 자꾸 바뀌긴 해도, 그러면서 조금씩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삶과 닮았다. 선택하고 흔들리고 후회하고, 아주 가끔은 만족하면서 이상에 다가간다. 그러니 우리는 충분히 흔들려야 한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시행착오 없이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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