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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Sep 05. 2023

라이벌이 꽤 셉니다.


 몸매는 가장 정확한 자기관리의 지표라고 믿는다. 티는 내지 않지만, 뚱뚱한 사람에게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거울 속에 배불뚝이 아저씨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 관리한다고 했는데, 20대에 했던 노력으로는 더 이상 몸매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달리기를 시작했다.


 폐활량이나 근지구력이 약한 편이다. 오래달리기는 군인 시절 무려 5일 포상 휴가가 걸린 체력 테스트에서 내 발목을 잡던 종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유산소 운동은 피해 왔는데, 결국 뛸 수밖에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다이어트하는데 기록은 중요하지 않건만, 일단 뛰기 시작하면 늘 군인 시절의 기록에 맞추려고 애쓰게 된다. 문제는 세월이 10년이나 흘렀다는 사실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10년! 특급전사의 기준은 그 당시에도 꽤 버거웠다. 어떻게든 기준에 들기 위해 목에서 피가 나오도록 연습하곤 했다. 지금에 와서 이 무거워진 몸으로 그 기록이 가능할 리 없다. 온 힘을 다해 뛰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렇게 한바탕 뛰고 나니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숨을 골라야 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약해졌구나.'


 겨우 정신을 차리니, 이번에는 경쟁심이 밀려왔다. 목적이 변질됐음을 인정해야겠다. 다이어트는 뒷전이고 이제는 21살의 나를 라이벌 삼아 뛰고 있으니 말이다. 힘들긴 해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그 폭을 거의 줄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늘 ‘조금만 더’를 외치며, 기록에 만족하지 못했다. 스스로 나약하다며 채찍질했다. 늦었지만 이제는 그 생각을 바꾸려 한다. 21살의 나는 꽤 강했던 것 같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정할게. 어떻게 그렇게 잘 뛰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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