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쓴 글을 지운 이유

 나의 글쓰기 선생님은 늘 강조했다.

“특별한 걸 써야 한다는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내어 놓으세요.“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땐,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욕심 없이 글을 썼으니까. 아직 못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를 내어놓는다는 게 어려워졌다. 그로 인해 며칠 동안 썼다 지우기만 반복했다. 꾸역꾸역 쓴 글을 여러 번 읽어봤지만, 발행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완성도를 떠나, 솔직하지 못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 글을 통째로 지워버렸다.

 어제보다 더 나은 글을 써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 대단치도 않으면서 대단한 글을 쓰려는 욕심, 그리고 자꾸만 교훈을 담으려는 오만. 그것들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욕심 많은 내 성향 탓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운동을 할 때도 몇 kg을 들었는지, 몇 분 만에 뛰었는지를 매번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보다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군다. 성장은 직선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등락에 연연하는 것이다.

 그런 오기는 좋은 게 아닌가 싶지만, 그 벽을 넘지 못하면 이내 흥미를 잃기 일쑤이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그렇게 포기해 버린 것들이 꽤 많다. 글쓰기만큼은 같은 수순을 밟고 싶지 않다.

 

 오래전 쓴 글을 보면 참 재미있다. 어떠한 공식이나 형식도 없지만, 그래서 더 자유분방하고 개성 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던 ‘내어놓은 글’이 그 속에 있었다.

 선생님은 알았나 보다. 내가 곧 마주할 이 어려움을. 특별한 것을 써야 한다는 그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