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도 잘 닦아줘. 그렇지 않으면 때가 껴.”
설거지를 처음 배울 때 엄마에게 들었던 얘기이다. 그릇의 안쪽만 신경 쓴 나머지 밑바닥을 잘 닦지 못했다. 몇 살 때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까마득히 오래전의 일이다.
지금도 설거지할 때면 그때가 떠오른다. 그래서 늘 밑바닥을 신경 써서 닦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릇이나 컵의 바닥 부분에는 흘러내린 세제 찌꺼기가 자주 고여있다.
샤워할 때 귀 뒤까지 씻을 것, 어른에게 칼을 줄 땐 방향을 돌려서 건넬 것 등등. 내게는 그런 기억들이 꽤 많다. 개중에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배운 것도 있다.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것들. 이 기억들은 평생에 걸쳐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 정작 중요한 일은 쉽게 잊을 때를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과연 어떤 것이 기억되고, 어떤 것은 잊히는 걸까?
나는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경험들로 보건대, 항상 중요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즉, 오늘 겪은 사소한 사건 하나가 평생 기억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그거 해서 뭐 하게?”
“돈 돼?”
새로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멀리하는 부류이다. 상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나는 즉시 대화를 마무리한다. 주변에 글 쓰는 것을 밝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런 질문에 굳이 대답하자면.. 글쎄, 잘 모르겠다. 잘은 모르지만, 어렸을 때 배운 설거지 법을 지금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쓸데없어 보이고, 배워서 뭐 하나 싶었던, 돈도 되지 않는 작은 배움이 언젠가 큰 도움이 될지.
오늘도 참 많이 실수했고, 많이 배웠다. 그렇다면 오늘은 오래 기억되는 날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