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막 피는데 코는 막히고, 현실은 기막히는 백수의 사색
<백수일기>
감기에 걸렸다.
밖은 어느새 놀라울 정도로 따스한 봄날인데
이놈의 방은 계절을 착각한 듯 냉골인 탓이다.
바닥에서는 냉기가 올라오고
코는 계속해서 막힌다.
그러고 보니 직장을 다닐 때는
감기에 참 자주도 걸렸다.
길어진 백수 생활만큼,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기 기운이다.
감기도 결국 스트레스 때문일까.
실없는 생각은 또 '백수 주제에 웬 감기람'하는 자조로 이어진다.
백수에게는 참 사치스러운 것들도 많다.
카페 한 번 가는 발걸음에도
죄책감이 스멀스멀 따라오니까.
흐드러지던 꽃마저 지고 있는 계절에 홀로 차가운 방.
시간이 멈춘 듯한 방이 꼭 내 현실 같다.
밖은 부지런히 돌아가지만 나 홀로 멈춰버린 듯한.
고요히 불안함이 차오르는 작은 방.
이 등골 서늘한 방 안에서
나는 그래도 바스락거리는 중이다.
자소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고치고, 강의를 듣는다.
아주 멈추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
지금은 멈춰있지만 다시 갈 수 있도록.
난 지금 아주 멈춘 건 아니라고.
조금 오래 멈춰 있었더라도
또다시 가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고, 듣고 싶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나에게,
또 누군가에게 전해지도록 이런 글을 남겨본다.
시간이 지나 읽어보며,
'이때는 참…'이라고 말문을 여는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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