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못한 인생도 무겁다

꿈꾸던 어른이 아닌, 그냥 나이 먹은 사람이 된 건에 대하여

by 무뭇

<백수일기>


난 어떤 어른이 될까?

어린 시절의 상상을 되짚어 본다.


많은 돈을 벌고,

멋진 커리어를 가지게 되고,

행복해보이는 나.


그런 상상엔 모두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는 나.


그게 어린 시절의 내가 다른 어떤 것들보다도

기대하던 특별하고 멋진 일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지.

특별하고 멋진 일은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만이 마법처럼 번쩍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남은 건 대체 무엇을 해야할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나.


또 하나 놀라운 일은

그럼에도 아직 철들지 못한 나.

그저 나이만 어른이 되어버렸다.


현실보다 이상 속에서 오래 머물렀던

내가 마주한 30대의 현실은 무겁고 눅눅하다.


그런데 나는 참 씩씩하게도

아직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만 싶고,

좋은 날들을 기대하며 꿈틀거린다.


생각해보면 뭐,

철이 꼭 들어야만 하나.

철들지 않은 인생도 꽤나 무겁다.

그 무거움을 견디면서

못미더운 어른이 된 나를 좋아해보려고 노력해본다.


철 없는 어른이 된 나지만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법 정도 들었잖아.


오늘도 여전히 마법 같은 일은 없었지만

시간은 지치지도 않고 또 마법처럼 흘러가고 있으니

나도 어제보단 덜 모자란 사람이 되도록 해볼까.


이렇게 철들지 못한 무거움을 견디는

이 정도면 그래도 제법 용감한 어른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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