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딸아이랑 산책을 하고 왔다.
가끔씩 둘이서, 혹은 강아지랑 함께 산책을 한다.
강아지랑 산책을 하다 보면 둥이가 자꾸
길거리에서 이것저것 아무거나 주워 먹으려고 해서,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둘이 얘기를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늘은 나 혼자 일찌감치 강아지 산책을 끝내고,
딸아이랑 두 번째 산책을 하고 왔다.
이제는 키도 많이 커서 둘이서 산책을 할 때면 어깨동무가 되는 딸아이랑,
오늘은 빨간머리앤처럼 산책을 하기로 한다. 일명 이름 짓기 산책이랄까?
동네 길가에 조금 너른 빙판 (사실 넓다고 해도 사방 1m도 안되지만)에서
빙글빙글 스케이팅을 타다가 빙글빙글 스케이트장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동네 공원에서 발견한 소파처럼 생긴 돌덩이에 잠시 앉아 잠시 별을 구경하다,
'별 보는 소파'라고 이름 지어준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작은 나무의 그림자가 빛나고 있다.
가로등이 양쪽에서 비추어 그림자가 양 방향으로 맺혀서,
유난히 그곳에만 그림자가 빛나서,
우리는 그 나무에 '빛나는 나무 그림자'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공원 한켠에 있는 팔운동 하는 커다란 원형 운동 기구를 돌리며,
잠시 배를 모는 선장이 되어도 보고,
마라톤 운동기구에 한 발씩을 둘이서 매달려 돌리면,
롤러코스터 타듯 스릴이 넘친다.
그렇게 떠난 밤 산책길은
집 근처 편의점이 최종 경유지다.
우리는 그곳을 '즐거운 선착장'이라고 부른다.
즐겁게 배(?)를 채우려고 잠시 쉬는 곳이니까 말이다.
'즐거운 선착장'에서 바나나 우유와, 밀크티 하나씩 사와서 마시고 나면,
우리의 밤 산책의 마지막 코스가 끝이 난다.
코로나로 먼 여행은 못하지만,
가벼운 산책도 여행처럼 한다면,
매일 보던 것들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동네 산책길도 특별한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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