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아침 습관
지난주 남편과 아침 산책을 다닐 때만 해도 빨강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모르는 집 담벼락이지만 산책하며 지날 때마다 자꾸만 눈길이 가던 장미꽃이다. 남편은 나중에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되면 저렇게 빨간 장미를 잔뜩 키우고 싶다 한다. 나는 너무 붉은 빨강은 부담스럽다고, 산호색 장미로 심자고 한다. 남편은 장미는 역시 빨강 장미라며 빨강 장미로 심어야 한다고 우긴다. 아직 우리 집엔 마당도 없는데, 누가 보면 당장 꽃이라도 심으려는 줄 알겠다. 아침부터 아웅다웅하다가 장미가 핀 담벼락을 지나친다. 다리를 건너는데 오가는 차를 피하기 위해 다리 난간에 붙어 걷는다. 흰둥이가 갑자기 납작 엎드린 자세로 자꾸 길 중앙으로 옮겨 가려한다. 왜 그러지? 뭔가 안 좋은 냄새가 나서 그러나 걱정을 하니, 남편이 실토를 한다. 지난번 혼자 데리고 갈 때, 하천 풍경을 보여주려고 난간 위로 올려서 보여줬는데 그게 무서웠나 보다고.
“어쩐지, 요즘 계속 다리 지날 때마다 이러더라”
“아니, 나는 그냥 좋은 풍경 보여주려고 했지”
몇 발자국도 지나지 않아 남편과 나는 또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러는 새 갈림길이 나왔다.
“오늘은 어느 길로 가지?”
“오늘은 여기로”
코스를 정하다 방금 전까지 티격태격하던 걸 잊어버린다.
방향을 돌아서 간 길에는 꽤 넓은 텃밭에 콩이며 갖가지 작물들이 심어져 있다. 도랑마다 놓인 긴 호수들 사이로 작은 분수들 마냥 물줄기들이 새어 나온다. 아침 햇살에 물방울들이 반짝인다. 잠깐 그 모습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텃밭을 지나 사잇길로 올라가니 교회가 보인다. 친구 엄마 따라서 한두 번 따라가 본 교회다. 교회 앞 공터 가득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해서 구경만 해도 즐거운 날이었다. 부활절 같은 교회 행사날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긴 코로나 전이었으니 2년도 넘은 일이다. 잠깐 기억을 더듬고 있는데, 남편이 교회 뒤편으로 난 좁은 길로 앞장서 걸어간다. 교회 올 때 보긴 했지만, 혼자서는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남편은 혼자 산책 갈 때 자주 다니는 길이란다. 남편 따라 들어가 보니 왼편으로는 산비탈에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빌라들과 군데군데 전원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흰둥이가 길 중간쯤 와서 멈춰 서더니 빙빙 제자리에서 돌기 시작한다. 둥이의 배변 신호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한동안 뱅글뱅글 돈다. 그러다 마음을 정했다 싶으면 뒷다리를 낮추고 용변 볼 자세를 취한다. 가끔은 한참을 돌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기도 하는지라 뱅글뱅글 제자리를 돌 때면, 잠깐 말도 멈추고 숨죽여 둥이를 긴장하며 쳐다보게 된다. 배변은 강아지 산책의 가장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다행히 금세 자리를 잡고 몇 덩이를 내어 놓았다. 강아지 리드 줄을 내게 넘겨주고, 주머니에서 비닐을 꺼내려던 남편에게 비닐은 안 보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분명 아침에 챙겼던 비닐봉지가 없단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오랫동안 버려진 비닐봉지 하나가 비탈 아래 굴러다니고 있다. 흙 묻은 비닐봉지로 뒤처리를 한다.
“비닐봉지 챙겼냐고 물었을 때 있다며?”
“이상하다, 내가 분명 챙겼는데.”
산 비탈길을 내려가며 또 한 번 아웅다웅하고 있는 남편과 나. 그러다 멀리 보이는 산에 구름이 깔려 있는 모습에 둘 다 눈길이 멈췄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시원하다.
“와, 풍경 멋지다”
“그러게. 눈이 시원해지네.”
그 자리에 서서 멀리 산 풍경을 감상한다.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어, 드러나는 모습이 잠깐 사이에도 여러 번 바뀐다. 내가 좋아하는 초록의 모든 색들이 구름 사이로 보였다 사라진다. 방금 전까지 아웅다웅했던 비닐봉지 얘기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지나가는 바람이 또 한 번 한쪽 볼을 스쳐 지나간다. 둘 다 정신을 차리고 아침 산책을 계속한다. 인적이 뜸한 길을 벗어나 동네 어귀로 들어서니, 산책을 시작했던 아침보다 길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까 보다 공기도, 소리도 더 부산스러워진 아침 풍경이다. 방금 전까지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던 산 위 풍경이 오래 전의 기억인 것만 같다.
“아침으로 먹을 토스트 사 가지고 갈까?”
“아, 맞다. 우유도 사야 돼.”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아침 거리를 사 온다. 산책을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 둘은 각자 바빠진다. 딸아이는 산책 갔다 온 사이, 잠옷 바람으로 소파에 앉아 있다. 오늘은 아빠의 초고속 샴푸 서비스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던 거였다. (엄마는 오래 꼼꼼히 하는 걸 알아서 아빠한테만 부탁하는 딸아이다) 남편이 후다닥 딸아이 머리를 감겨주고 샤워하려고 들어가는 동안, 나는 장 봐 온 토스트로 서둘러 아침을 만든다. 산책하고 돌아온 흰둥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비닐봉지를 물고 신나 있다. 아까 챙겼다는 그 비닐봉지일 테지. 그걸 보고 웃다가 달궈진 프라이팬의 계란 지단을 서둘러 뒤집는다.
우리들의 마지막 바쁜 아침 풍경이 끝나 가고 있다. ⓒmumuraeyo
당신의 아침 풍경은 어떤가요?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면, 매일의 아침이 특별해질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