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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muraeyo Aug 09. 2022

반려 식물을 대하는 마음

  화분을 자주 사들이던 때가 있었다. 봄이 오면 특히나 그 병이 도져서, 화원을 지날 때면 예쁜 꽃들을 사 오곤 했다. 화분을 사 오고 나면 일주일이나 이주쯤은 행복했다. 갖가지 알록달록한 꽃들을 볼 때마다 내 기분도 말랑말랑해졌다. 그러다 어느 날 보면 그 예쁜 꽃들은 시들거나 죽어 있을 때가 많았다. 더러는 꽃이 질 때가 되어 시들기도 했지만, 관심을 제때 주지 못해 죽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나친 관심을 보이다 과습으로 보내기도 했었다. 한 번은 나무가 있는 집안 풍경을 동경해서 큰맘 먹고, 집에 킹벤자민 나무를 들였는데, 몇 개월 만에 서서히 잎이 떨어지더니 결국 나뭇가지만 남긴 채 죽어버리고 말았다. 햇빛도 많이 필요하고, 환기도 자주 해줘야 하는 아이였는데 멋모르고 우리 집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곳에 둔다고 창가와 먼 곳에 둔 나의 욕심과 무지 때문이었다. 그 뒤로 한동안 나무는 쉽게 들이지 못했다. 

  반려 식물을 가꿀 때는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조금 더 예민해져야 한다. 반려 동물도 물론 말로 표현하지 못하니 예민하게 살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자주 들여다보게 되니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금방 알아채게 된다. 반면, 반려 식물은 그 자리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뒤늦게라고 실수로 넘어가기에는 식물 입장에서는 얼마나 잔인한 시간인 것인지… 나의 아둔함 때문에 우리 집에 와서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간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때, 그냥 화원에 두고 왔더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후회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쉽게 또 데려오게 되는 것은,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반려 식물을 키우다 맞는 죽음이 나에게 죄책감이 덜해서 일 거다. 이런 알량한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식물들이 우리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모르겠다. 잠깐 동안의 나의 위로를 위해서 말이다.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키우는 즐거움 말고도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못했던 나였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는 덜 식물들을 죽인다. 이제는 더 이상 죽이지 않는 식물 집사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바로 얼마 전 문샤인의 잎이 똑 떨어지게 만든지라 제대로 된 식물 집사가 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 그래도 문샤인의 죽음 전까지만 해도 제법 잘 해올 수 있었던 건, 우리 집에 있는 식물들은 내가 기억하고 돌볼 수 있는 최소한으로만 데려오고 나서부터다. 어떤 의미 있는 날, 혹은 어딘가 기억하고 싶은 장소일 때 하나씩만 데려오기 시작한 거다. 신중하게 데려오고, 이름을 붙여 기억해 준다. 친정 엄마 집에 갔다가 데려온 디시디아의 이름은 ‘친정’이다. 주방 개수대 창문 앞에 걸어 두었는데, 설거지를 할 때마다 매일 들여다보게 되는 친구다. 남편과 오랜만에 건강 검진을 하고 온 날은 조금 더 우리 스스로의 건강을 잘 지켜야지 싶어서 특별히 2개의 화분을 데려왔다. 아악무와 홍콩야자. 그리고 각각 ‘건강이’와 ‘검진이’로 이름 붙여주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네 만화방에서 얻어온 ‘스킨답서스’는 이름이 ‘만화’다. 만화방 책장 한 곳에 길게 늘어뜨려 장식된 ‘스킨답서스’가 너무 예뻐서 만화방 주인분께 이름을 물었는데 몇 줄기를 내어 주셔서 데려온 아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2번째로 온 나무, 해피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첫 번째 나무 킹벤자민을 그렇게 보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 집에 온 2번째 나무. 3년 전에 내 생일 선물로 데려온 해피트리는 더 많이 아껴주게 된다. 이름도 ‘생선’으로 지었다. 이제 3년이 지난 해피트리는 해마다 계속 새로운 순이 올라 우리 집 천장에 손을 뻗고 있다. 때마다 연둣빛 싹을 삐죽하고 내어놓는 것을 보면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매번 무거운 화분을 들고 화장실에서 샤워해 주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커다랗게 늘어트린 초록 초록한 잎줄기를 보고 있다 보면 커다란 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 느낌이 든다.


  제각각 이야기를 가지고 온 반려 식물들이 우리 집에 오래오래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 나도 그들과 함께 조금 더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식물 집사가 되고 싶다. 한여름 햇살이 뜨거우니 밖에 내어 놓았던 아이들을 들여놓아야겠다. 오늘 치의 햇빛과 바람을 잘 저장해 두었기를.. 나도 반려 식물들 곁에서 오늘 치의 행복을 잘 저장해 두어야겠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과 반려 식물을 키우는 건 많이 다른 느낌입니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더 많이 들여다봐야 하는 시간과 다정함이 필요하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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