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6.
오랜만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을 만났다. 중학교 동창이라는 공통분모로 시작한 사이이지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지금은 너무나도 다른 우리가 되었다. 결혼한 친구, 결혼 안 한 친구. 일을 하는 친구, 일을 안 하는 친구. 애가 있는 친구, 애가 없는 친구. 남편이 경제권을 가진 친구, 본인이 경제권을 쥐고 있는 친구. 동네에 사는 친구, 멀리 사는 친구. 어느 순간 내 마음에도 불편함이 싹트기 시작했다. 서로의 상황을 고려하며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하는 검열 과정이 피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내가 이 말을 하면 직장을 안 다니는 친구에게 상처가 되려나? 내가 이 말을 하면 결혼을 안 한 친구가 불편해하려나? '
어제도 너무나도 반갑고 즐거운 자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어렵게 만난 시간에 우리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있었다. 계속 서로가 모르는 주변 지인의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세상 사람들 모습에 경악하는 의미 없지만 재미있는 대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 친구가 계속 듣고 있는 나에게 ' 어떻게 지내? 우리 알고 지낸 지 엄청 오래되었잖아. 편하게 말해봐. '라고 말했다. ' 엄청 힘들었어. '라고 말했다. 나를 자주 만나는 동네 친구가 ' 맞아, 너는 정말 힘들 것 같아. '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 순간 내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내 이야기가 끝나자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렇게 각자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다가 헤어졌다. 각자의 입장을 솔직히 말해도 '그럴 수 있지.'라고 맞장구 쳐주고 '다음에 또 만나자'라고 말하며 헤어질 수 있는 모임이라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다르지만 우린 여전히 친구 사이가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