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젤리를 주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니?”
“공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아이들과 뜨겁게 공기놀이를 즐기며 무사히 종업식까지 마쳤다. 솔직히 이 열기가 종업식 날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그저 실내 체육 활동으로 가볍게 시도해 본 놀이였기에, 여느 수업처럼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휘발될 경험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지난 일 년간 공들여 준비했던 여타 수업들이 서운함을 토로할 정도로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이들은 마치 공기놀이를 하기 위해 학교에 오는 사람 같았다. 한 알을 던지고 다시 가볍게 채어 잡는 그 단순한 동작이 무엇이 그리 재밌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몰입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 마음속에 숨겨진 '마법의 원료'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공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갈망이었다. 스스로 원하는 정체성을 설정하자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숙련의 시간을 쌓아가는 수행자가 되었다. 한 손에 공깃돌을 다 쥐기도 버거워하던 작은 손들이 어느새 고수의 손길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 앞에 서자 어느 순간 열정도, 지향점도 흐릿해진 채 하루하루를 그저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던 나를 마주했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잃어버렸던 나의 모습을 되찾고, 다가올 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고개를 든다. 나는 무엇보다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달리고 싶다. 어떤 기록이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을 돌보고 세우기 위해 달리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달리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단련하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건강해진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채워진 에너지로 아이들과 가족에게 넉넉한 포용력과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원하는 내 모습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이 순간, 심장에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모습이라는 응답의 신호일까.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문장을 눌러 쓸수록 점점 더 달리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