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휴식이 없다면 뛰지 말자.

by 무무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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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마라토너들은 서두르지 않아서 빨랐다. Haraka haraka, haina baraka.(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다.)"_마인드풀 러닝_김성우 지음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0km'를 달렸다. 출근길, 소복이 눈이 쌓인 운동장을 보며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잠시 달려볼까 망설였다. 하지만 아침부터 무리하게 힘을 쏟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단지 내를 뛰어볼까도 고민했지만,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아이를 씻길 수 있는 지금의 컨디션으로는 운동이 오히려 독이 될 것 같았다. 결국 매일 아침저녁으로 차오르던 달리고 싶은 마음을 애써 접어두었다. 달리지 못하는 날들이 쌓여갈수록 마음은 되레 조급해졌다. ‘이러다 100일간 공들여 쌓은 달리기 습관이 무너지면 어쩌지? 어떻게든 다시 뛰어야 해. 그런데 대체 언제, 어떻게 시간을 내야 할까?’

매주 토요일, 달리기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겠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브런치도 난감해졌다. 쓸 말이 없는 상황이 닥치자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모두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무리하고 싶지도 않았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지금 상태로 억지로 뛰었다간 부상과 심리적 번아웃이 올 게 뻔했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고통스러운 달리기 대신, 예전처럼 달리고 난 뒤 온몸으로 느껴지던 개운함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


결국 나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로 했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틈틈이 『마인드풀 러닝』을 읽으며, 나는 여전히 러너로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아이를 돌보거나 요리를 할 때도 책 표지를 곁눈질하며 '나는 마인드풀 러너'라는 정체성을 되새겼다. 덕분에 이렇게 글쓰기를 이어갈 용기를 얻었다. 이번 한 주는 책을 통해 케냐 선수들에게 값진 과외를 받은 기분이다. 무리한 일정 속에서 부상과 번아웃을 겪다 케냐로 떠났던 김성우 작가는 내게 말해주었다. 세계 수준의 마라톤에는 그에 걸맞은 '세계 수준의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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