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프롤로그>

혼돈의 숲

by 박준범

숲은 겉으론 고요했어.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아니었지.

나무들은 뿌리를 깊게 내려 서로의 땅을 차지하려 했고,
바람은 제멋대로 불어와 가지와 잎을 마구 흔들었어.
햇빛은 잎 사이로 흘러들어
한쪽은 환히 밝혔지만, 다른 쪽은 그대로 어둠 속에 두었지.

새는 푸드득 날아올라 내 길을 가로질렀고,
풀벌레들은 작은 몸으로 숲 전체를 울려댔어.
멀리선 짐승이 지나가며 땅이 살짝 흔들렸고,
내 발밑 풀잎 하나도 바람에 떨고 있었어.

모든 게 부딪히고, 겹치고, 뒤엉켜 있었어.
조용한 듯 시끄럽고,
질서 있는 듯 제멋대로였지.

이곳은 혼돈의 숲.
그리고 내 이름은 무무.
나는 바로 이 혼돈의 숲에서 태어났어.

잎 사이로 드러난 하늘은 텅 비어 있었지.
그 공허한 하늘에 어느 날, 별 하나가 반짝였어.
꼭 이리로 오라며 손짓하는 것 같았어.

나는 용기를 내어 숲의 끝자락에서
밖으로 한 발을 내디뎠어.
긴 여정의 시작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