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가고 싶은 대로
얼마나 걸은 걸까.
어디든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들판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어.
푸르디푸른 나뭇잎 아래 그늘,
코끼리 열 마리도 거뜬히 숨어들 수 있을 만큼 웅장했지.
“그래, 저기서 좀 쉬어야겠다.”
나는 천천히 나무를 향해 걸어갔어.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
나보다 먼저 와서 쉬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어.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
그 눈은 마치 깊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크고 반짝였어.
“안녕. 내 이름은 무무.”
“안녕, 나는 모루야. 내가 그린 그림 보여줄까?”
(응? 갑자기 그림이라니… 이상한 아이네.)
“응, 좋아.”
모루는 커다란 종이 위에 선이 이리저리 뒤엉켜 마치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을 들어 보였어.
“음… 멋진 그림이네. 그런데 이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거야?”
그러자 모루는 깔깔 웃으며 말했어.
“역시 멋진 그림이란 걸 알아보는구나? 이 그림의 제목은 ‘펜이 가고 싶은 길’이야.”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어.
“음… 글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그러자 모루의 커다란 눈이 더 크게 반짝였어.
“오늘만큼은 무엇을 그릴지 정해두지 않았어.
그냥 펜이 가고 싶은 대로 나뒀지.
그랬더니 이렇게 멋진 그림이 나온 거야.”
모루는 여전히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을 건네며 말했어.
“자, 선물이야.”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눈 뒤
작별인사를 했어.
“음…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혼잣말을 하던 순간,
문득 모루의 말이 떠올랐어.
‘오늘만큼은 무엇을 그릴지 정해놓지 않고, 펜이 가고 싶은 대로…’
나는 다리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어.
정해진 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가고 싶은 길로 말이야.
어쩌면 길의 끝에서 지나온 걸음을 돌아봤을 때,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