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그래서 난 달로 가고 싶어.”

by 박준범

나는 계속 걸었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
그냥 걷는다는 게 조금은 익숙해졌거든.

그때, 길가에 웅크린 아이 하나가 보였어.
눈 밑이 시커멓고, 손가락으론 모래 위에
무언가를 계속 그리고 지우고 있었지.

“안녕, 나는 무무. 뭐 하고 있어?”

아이가 고개를 들었어.
“나는 모토. 생각 중이야.”
“무슨 생각?”
“음… 너무 많아서 다 말 못 해.
하루 종일 생각하다가 밤에도 생각이 멈추질 않아.”


“예를 들면?”
모토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적었어.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 내 생각을 훔쳐가면 어떡하지?’
‘별들은 다 타버리면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걷는 이 길도 누군가의 꿈속이면 어떡하지?’

나는 웃음이 나왔지만, 금세 그 눈동자 속에서
묘한 슬픔 같은 걸 느꼈어.

“그래서 난 달로 가고 싶어.”
모토가 말했어.
“그곳은 이곳보다 모든 게 가볍대.
아마 생각의 무게도 가벼워질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어.

모토는 시선을 떨군 채 중얼거렸지.

“너는… 고민 없어?

어떻게 해야 생각이 멈춰?”


나는 대답 대신

가방 속에서 작은 메모장과 연필을 꺼냈어.

그리고 조용히 그 손에 건넸지.


모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어.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어.


“무거운 생각은 여기에 덜어 놓자.

이게 너의 달이 될지도 몰라.”


“좋은 생각이다!!”
모토의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번졌어.
“근데 무거운 생각을 덜어낸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지금껏 생각만 하고 살았는데…”

나는 가방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어.
모루에게서 받은 그림이었지.
그리고 모토에게 건네며 말했어.

“자, 선물이야.
이 그림의 제목은 ‘펜이 가고 싶은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