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그날 저녁,
마을 하늘에 오랜만에 빗방울이 떨어졌어.
지붕 위로, 창가로, 그리고 루나의 빵집 유리창 위로.
그녀는 미소 지었대.
비가 그친 뒤,
나는 다시 길을 걸었어.
젖은 공기 속엔 빵 냄새와 흙냄새가 섞여 있었지.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가 있었어.
“괜찮아. 이 정도쯤이야.”
작은 다리 밑,
빗물이 고인 돌 위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어.
그의 옷자락은 젖어 있었지만, 표정은 담담했지.
“괜찮아요?”
내가 조심스레 물었어.
그는 고개를 들며 웃었어.
“괜찮아요.”
그의 이름은 모렌.
여행가이자,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과의 추억을 글로 기록한다고 했지.
“누가 물어보면 난 늘 괜찮다고 말했어요.
그 한마디면 다들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는 잠시 멈추더니
손바닥 위로 떨어진 빗방울을 바라봤어.
“근데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괜찮다고 말할수록,
내 안이 점점 비워지는 기분이에요.”
나는 가만히 그의 옆에 앉았어.
그는 말을 이었어.
“괜찮다는 말은 참 이상해요.
위로의 말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안심시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거는 주문 같기도 하죠.
‘괜찮아질 거야’라는 스스로를 달래는 주문.”
잠시 침묵이 흘렀어.
젖은 바람이 지나가며,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가 내 얼굴을 스쳤어.
“괜찮아요?”
모렌이 물었어.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
“아니요, 아파요... 하지만 괜찮아질 거예요.”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노트를 꺼내
조용히 적었어.
"괜찮지 않다면,
괜찮지 않다고 말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