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정령

보이지 않는 걸 볼 수는 없어요

by 박준범

나는 어느 마을에 도착했어.
이곳은 오랜 가뭄이 이어지고 있었어.
건조한 공기 속에, 어느 곳이든
희미한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지.

장터에는 유일하게 문을 연 가게 하나가 있었어.
“빵집이네. 잘됐다. 마침 배고팠는데.”

“어서 오세요.”
상냥해 보이는 점원이 나를 맞이했어.

빵을 고르고 있을 때,
문이 덜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어.
누더기 망토, 닳은 신발, 얼굴엔 흙이 잔뜩.

점원은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말했지.
“물건을 사려면 돈부터 보여요.”

손님은 조용히 미소 지었어.
“지금은 없지만, 곧 이 마을에 많은 걸 가져올 거예요.”

점원은 비웃었어.
“허풍은 다른 데 가서 떨어요.”

손님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섰어.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쉽게 나설 수가 없었어.

다음 날,
나는 또 빵을 사러 그 빵집에 갔어.
가게 안은 어쩐지 더 적막했지.

잠시 후, 한 남자가 들어와 점원에게 말을 걸었어.
“안녕, 루나. 그거 알아?
요즘 누더기 망토를 걸친 ‘비의 정령’이
이 마을 저 마을을 다니며 비를 뿌리고 다닌다더군.
어제 옆마을에 들렀다더니,
지금 그곳엔 단비가 내리고 있대.”

루나는 얼굴이 굳었어.
“어제... 여기도 왔었어요.
행색만 보고... 그를 쫓아냈어요.”

“이런, 큰일이군.
내가 어서 쫓아가서 다시 모셔와야겠어.”
남자는 급히 뛰어나갔어.

남은 루나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어.
“보이는 게 다가 아닌데...
보이지 않는 것도 봤어야 했는데...”

나는 조용히 다가가 말했어.

“보이지 않는 걸 볼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보이는 걸 어떻게 대하느냐예요.
누더기 망토의 손님이든,
비의 정령이든 — 똑같이 대하는 마음이요.”

잠시 그녀는 눈물을 멈추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속상해하지 말아요.
분명 다시 올 거예요.
이 집 빵, 정말 맛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