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다.
육아와 일, 사람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잠깐의 여유시간.
숨을 고르려 의자에 기대는 순간,
나는 그대로 꿈속으로 미끄러졌다.
꿈에서 나는 산을 오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세상은 아주 고요해진다.
그곳에는 오직
산과,
그 산을 오르는 나만 있을 뿐이다.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일들,
관계 속에서 쌓아둔 말들,
손 놓을 수 없던 걱정들마저
희미하게 사라진다.
한발 한발 내딛는 순간마다
세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나는 오직 나로 남는다.
잠에서 깨어난 나는
깨닫는다.
현실에서 나를 짓누르던 것들 역시
결국은 산에 잠시 머물렀던,
흩어지는 안개 같은 것들이었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가볍게 일어서본다.
그리고 다시,
하루라는 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