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나 Nov 16. 2022

일상에서의 명상

명상

이번 달 말에 10일 간 위빠사나 명상을 하러 들어간다고 했더니 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었다.


"그럼 무나씨는 평소에 명상 하세요?"


그 질문을 듣고나니 다시 보였다. 분명 나는 평소에 따로 시간내서 명상을 하지 않고 있는데, 왜 늘 명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명상과 아주 가까이, 늘 함께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째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올해가 유독 명상과 가까워진 것 같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관련된 책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으로써 일상에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정확히 나의 내면을 좀더 세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명상을 한다는 것은 우선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몰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인데, 이 가장 첫번째 단계를 나는 매일 해내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 하나의 행위를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마치 요가 수련에서 명상으로 향하듯이, 그 안에서 나를 살피고 비워내고 채워내고 있었다.


러닝과 수영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여오면서부터 이것이 실천되었다. 새벽 아주 고요한 시간에 20분 거리를 달리는 동안 나는 나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지면을 밀어내는 두 발과 관절들이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허벅지와 엉덩이의 힘, 흉추와 어깨의 유기적인 회전성, 두 팔과 손까지의 자연스러운 떨어짐, 그리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늘 깨어있어야하는 정신, 긴장을 뻬야하는 호흡,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서 일정한 리듬에 맞게 달리는 행위가 완성되어지는 모습. 재미있었다. 발부터 숨까지 나는 전부를 느꼈고 살폈고 알아차렸다. 동시에 새벽 시간대가 주는 아름다움을, 그 시간에만 존재하는 공기의 온도와 냄새와 시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함께 존재함을 느꼈다. 살아있음을, 나는 지금 이곳에 안전하게 생을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


수영을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팔과 다리와 숨을 끊임없이 바라보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곳들의 긴장을 빼야 했고 움직임의 전체적인 리듬을 느껴야했고, 감각에 생각과 마음이 이끌려서 포기하지 않도록 비워내기를 해야했다. 그 모든 과정이 명상이었다. 나를 알아치라고 비워내고 충만해지기.


만약 혼자서 이것들을 하지 않고 누군가와 함께 했다면, 명상을 하고 있다는 감각은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더욱 혼자 행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고, 그렇게 나의 루틴을 만들어가면서 그 안에서 안정된 만족감을 느꼈다.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매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날의 내 마음 상태, 생각의 흐름, 몸의 컨디션 같은 것들이 어떻게 다른지 예리하게 다가왔다. 잔잔하고 고요한 마음에 파동이 일 때, 파동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 순간에 함께 따라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알아차리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작업을 줄곧 이어갔다. 내가 불필요하게 힘을 쓰고 있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타인과의 관계를 지키려고 스스로를 감추며 챙겨주지 못했던 부분들은 무엇이었는지, 일상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만족을 얻는지 안정감과 편안함을 얻는지와 같은 것들을 더욱 알게 되었다. 늘 내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일상에서 명상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은 또다른 차원의 것들이었다. 나와 훨씬 가까워진 느낌. 시선이 내면으로 자리잡은 느낌. 허공에 부유하던 의식이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에게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명상을 늘 수행하고 있다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10일 동안 핸드폰과 타인과의 교류도 없이 오로지 하루를 명상으로 채워내는 것에 별다른 두려움이나 걱정이 들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가서 정말 온전한 나의 시간 안에서 자유를 누리다 오고 싶은 마음. 쉬는 것도, 그렇다고 고행도 아닌 그냥 일상의 감각이다. 그 기간 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요가원에서 내 대신 수업해줄 선생님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말 신기하리만큼 큰 결심이 필요치 않았다. 그냥 문득 지하철 안에서, 창 밖에 지나가는 한낮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코스 신청을 눌렀던 것 같다. 문득 심장 안쪽에서부터 차오르는 어떤 흐름을 따라서.


올해는 조금 이상한 해이다. 돌이켜보면 서른을 정말 잘 살아낸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30이라고 해서 별 거 없이 서른임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평소와 똑같이 흘러갔다, 라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아닌 것 같다. 나는 분명 작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그냥 느끼게 되었고 나를 더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인간관계에서의 사랑과 충만함을 가졌고, 요즘 읽는 바가바드 기타에 따르면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매일 새벽마다 스스로 정한 일과를 이어갔다. 이는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늘 스스로 잘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으면 그 다음의 행보에 대해 기대감과 불안함도 함께 따라온다. 내년의 나는 얼마나 더 깊어지고 나아갈까라는 기대감과 혹시라도 내가 다시 가라앉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과를 바라보고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기타에서는 말했다. 행위에 결과를 지우고 그저 온전히 내가 해야하는 것들,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며 매 순간 나를 내 자신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바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지. 그렇게 살면 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카르마 요가, <생활 속의 바가바드 기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