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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Nov 18. 2022

충만함으로 울어버린 사바아사나

요가

아나하타 차크라

사바아사나를 하고 눈물이 났던 날



사랑. 아주 편안한 종류의 사랑.


한사 선생님의 수업 안에서 플로우를 마치고 사바아사나를 할 때 내 온몸에는 출렁이는 사랑만이 가득했다. 그에 대한 생각, 감사함, 그리움, 안정감, 그리고 나아가 내 자신과 나와 관계 맺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


뜨겁거나 자극적인 열망이 아니었다. 잔잔하게 파도처럼 넘실대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게 자꾸만 심장을 치고 갔다. 이 순간에 나를 감싸주시고 있는 한사선생님의 존재를 인지하자 벅찬 무엇이 함께 올라왔다. 가슴 안쪽에서는 차가우리만큼 찌릿한 느낌이 일어났고 전신으로 발끝으로 전율이 퍼져나갔다. 아, 아.


눈시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심장에서 자꾸만 움직임이 일어나서 나는 그 충만함 속에 머물렀다. 그렇게 감정의 형태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것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데 우연히도 한사 선생님이 사바사나를 깨우시며 이런 말을 하셨다.


여러분들의 가슴 속을 느껴보세요.


내 응시점이 순식간에 가슴 안쪽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 안은 텅 비어있으면서 형용할 수 없는 무엇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언가 차디찬 것이 예리하고 가느다랗게 흐르고 있었고, 시린 것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감각이 느껴졌다. 텅 비어있듯 가벼우면서 아주 넓은 우주가 가득 들어차있는 느낌. 그렇게 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나를 가득 채우는 한 사람. 그 사람 생각이 또 내 전신을 채워내고 있었다. 사랑으로, 환희로, 또다시 감사함으로. 가슴 아주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 무엇을 들여다볼수록 안에서부터 또다시 눈물이 솟구쳤다.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눈물. 눈물의 이유는 무엇일지 알 수 없다. 고요한 벅참과 환희, 텅 비어있음과 충만함, 우리가 이곳에 존재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사랑과 감사함 같은 것들이 섞인 것 같은. 겉잡을 수 없이 가슴 차크라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처음이었다. 요가수련을 하고 텅 빈 충만 안에서 이유없이 이렇게 울어버린 것은. 이것은 포르투갈의 한 성당에서 합창단의 아리아를 들으며 눈물이 왈칵 터져버린 때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그 때보다 좀더 정제되어있고 고요하고 예리하다. 더 넓고 다정하다.    



나를 이끌어가는 우주의 시선

존재의 충만함


나는 우연의 필연성을 믿는다. 내 앞에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 나를 툭툭 치고 가는 것들, 전에 나타났다면 그 의미를 몰랐을텐데 지금 내 앞에 나타난 이유같은 것들. 내가 그 날 한사샘의 수련을 하면서 가슴 차크라를 강하게 느꼈던 것과, 사바아사나 때 선생님이 문득 가슴을 느껴보라고 한 것과, 그 순간에 요즘 나에게 사랑의 형태로 다가온 한 사람과, 그리고 어제 본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댓 원스> 같은 것들의 연속적 등장이 곧 필연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이 거대한 보이지 않는 운명적 흐름이 촉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주가 나를 어딘가로 강하게 이끌고 가는 것 같은.


영화에서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허무함과 그 반대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삶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어딘가에 있고 각각 다른 모습으로 삶이 흘러가고 결국엔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들은 먼지만도 못하고 결국 없어질 것이기 떄문에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존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곳들 중에서 이곳에 이 사람들과 이 시간에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음, 이는 엄청난 인연이며 유일함이며 다시 오지 않을 순간들이다. 숱한 생들이 있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이 만들어낸 그 자체이며, 우리는 언젠간 없어질 것들이므로 이 순간을 함께 지탱해주는 서로의 소중한 동반자이다.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과정 속에서 결국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존재이며 그것은 그 자체로 환희이며 충만이다. 모든 길 위에는 각각의 희노애락이 있기에 어떤 생이 나았을지 비교할 필요 없이 현재의 내가 맞이할 수 있는 행복들을 보라. 내 옆에 있는 같이 살아가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경이를 표하라. 아, 이 순간에 생을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경이롭다. 충실히 삶을 이행하라.


그리고 요즘 새벽마다 읽고 있는 <생활 속의 바가바드 기타>와도 이것이 연결됨을 느꼈다. 나의 참자아. 현상세계 이면의 진실된 세계. 영화에서는 피고 지는 수많은 존재를 보여주었지만 결국 그렇기 때문에 존재 안에는 사라지지 않는 자아가 있고, 어찌할 수 없는 진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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