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 제작기 #2] '스몰 브랜딩'을 위한 재료 모으기 (1)
'Youtube'라는 브랜드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만나 시청자들의 일상에 더욱 큰 영향력을 갖기 시작할 때, 되려 저는 오디오 콘텐츠에 집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은 유튜브 보다 팟캐스트에 나의 여가시간 대부분 투자할 정도였죠. 시각적 영역의 공백이 열어준 사고의 확장성 덕분일까. 아무튼 오디오 콘텐츠 중 가장 애정 하는 <김태훈의 책 보다 여행>을 듣던 중 기억에 남은 한 구절.
건축물과 가장 흡사한 것이 문장이다.
단어라는 벽돌을 재료로 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동시에 기승전결을 부여해 문장이라는 건물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김태훈의 책 보다 여행> 중
글쓰기를 건축의 과정에 비유해 이야기한 멋진 구절. 이를 들으며 '모든 창작의 프로세스가 건축의 과정과 유사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결과물에는 마땅히 필요한 재료가 있고, 그것을 다듬어 정제하고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다시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보고, 이해하고, 체화하고, 창조하는 일련의 과정 말이죠.
나만의 '스몰 브랜드'를 만들자고 결심을 한 후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재료를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책, 비디오, 오디오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에게 좋은 재료가 될만한 콘텐츠들을 찾고 또 찾았죠. 그리고 오늘은 제 '스몰 브랜드'의 첫 번째 재료가 된 책을 한 권 리뷰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야기할 나의 재료는 우승우, 차승우 대표가 쓴 <창업가의 브랜딩>. 이 책을 써낸 우승우, 차승우 대표는 브랜드 테크 기업 '더워터멜론'을 공동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 또한 '더워터멜론'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낸 경험이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에 담긴 조언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브랜드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입고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의미와 재미를 찾으며 '브랜드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위 문장에서 명료하게 확인할 수 있듯, 그들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태도는 (긍정적인 의미로) 가벼운 동시에 일상적이죠. 이런 태도로 써 내려간 <창업자의 브랜딩>은 브랜드를 마주한 자세를 다시 가다듬게 만드는 동시에, '브랜딩'을 위한 사고의 진입장벽을 낮춰 일종의 안정감마저 느끼도록 만듭니다.
자기다움에서 시작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컬러와 폰트 그리고 비주얼 가이드라인으로 완성되는 디자인, 창업자 스토리 기반의 콘텐츠 제작 방법,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타깃 설정법 까지. 브랜드의 안과 밖을 아우르는 다양한 방법론 속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재료는 'Why에 대한 모든 해답은 '자기다움'에 존재한다는 믿음과 실행'.
법칙 1 :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법칙 2 :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기다움이 핵심이다
법칙 3 : 비주얼과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라
법칙 4 :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어라
법칙 5 : 브랜드 전략, 안에서부터 시작하라
법칙 6 : 사람이 먼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법칙 7 : 타깃을 명확히 하고, 팬을 만들어라
법칙 8 : 디지털이 당신을 구원해줄 것이다
법칙 9 :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완성하라
법칙 10 : 작게 시작하고 디테일을 챙겨라
법칙 1.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 "Why me?"라는 말이 있다. 실제 외부에서 투자유치를 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점을 알겠는데, 그것을 왜 당신이나 당신의 회사가 해야 하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다. 다시 말해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는 누구나 언젠가 만들 수 있으므로 누가 '어떤 이유'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이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다르고, 고객들에게 이러저러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는 제품의 기능적인 혜택을 넘어 감성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브랜드적 관점과도 연결된다.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성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가치 제공과 감성적 혜택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물론 브랜드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없다.
법칙 2.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기다움이 핵심이다
- 퍼블리는 '되는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자기만의 독특한 컬러를 내세우는 전략을 취했다. 박소령 대표는 '명품 같은 지적 콘텐츠'를 퍼블리다움으로 꼽는다.
- "제가 좋아하는 이상향으로 바라는 언론사 브랜드가 있어요.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뉴요커>, <모노클>, <이코노미스트> 이런 것들이에요. 국내에는 그런 느낌을 주는 미디어 브랜드가 왜 없을까 생각했어요. 읽고 다니거나 들고 다니면 내 몸값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브랜드요. 마치 몸에 걸치면 명품 같은 느낌을 주는. 가방이나 구두만이 아니라 지적 콘텐츠 분야도 그렇게 될 수 있잖아요. 지향은 <파이낸셜 타임스>였어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저희 콘텐츠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소비하는 독자에게 내가 뭔가 학습했다, 내가 좀 더 똑똑해진 것 같다,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퍼블리 박소령 대표)
법칙 3. 비주얼과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라
- 첫째, 회사 브랜드의 대표 컬러를 정하라. / 어떤 컬러가 더 매력적인지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 제품, 서비스의 이미지와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컬러를 선정하자.
- 둘째, 대표 폰트를 선정하여 일관되게 사용하라. / 물론 모든 회사나 브랜드가 자기만의 폰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나 특정 브랜드의 전용 폰트를 만드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적으로 많은 자원이 필요하므로, 기존 서체 중 자신의 브랜드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폰트를 정해 모든 내부 문서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일관되게 쓰는 방법도 추천하고 싶다. 특정 폰트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이 브랜드는 이런 느낌'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이는 강력한 브랜딩을 위한 시작이기도 하다.
- 셋째, 비주얼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만들자. / 스타트업이 고객이나 사용자를 만나는 접점은 대부분 디지털 환경이므로, 회사의 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템플릿이나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지 및 알림, 제품 및 서비스 소개, 채용공고 등 다양한 콘텐츠나 메시지를 전달할 때 기본적인 디자인 프레임이나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면 훨씬 명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법칙 4.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어라
- 매력적인 스토리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그렇다면 과연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거의 모든 스토리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나 브랜드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쌓아온 이야기에서 발견하는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 2>의 우승자와 관련된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초밥왕의 후예'로 불린 최강록 우승자는 "요리를 어디서 배웠는가?"라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만화책 보고 배웠습니다. <미스터 초밥왕>에서 요리를 배웠습니다"란 말로 시선을 확 끌었다. 조금은 어눌한 말투로 진실되고도 유머러스한 매력을 발산하고, 거기다 요리까지 멋지게 해내는 모습이 많은 공감을 유발했다. 사실 그가 요리업계에서 쌓아온 내공은 훨씬 깊다고 한다. 과거 일본에서 몇 년간 요리와 관련된 유학도 했고, 직접 사업을 했으며 실패해본 경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이런 이력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었다면 지금처럼 이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누구나 한 번쯤 본 적 있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요리를 배웠을 정도의 열정과 절실함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더 크게 응원했던 것이 아닐까. 이처럼 스토리는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다양한 경험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과거 및 현재의 이야깃거리 중에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내고 또 꾸준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
- 그렇다면 어떻게 스토리를 찾고 만들어가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가 스타트업 브랜딩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창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 중 대다수, 스타트업 창업자 및 구성원들이 카카오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등의 플랫폼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한다. /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설명한다. / 어떤 비전을 갖고 창업하려고 하는지 밝힌다. /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인사이트를 전달한다.
법칙 6. 사람이 먼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 'study'와 'learning'은 다르다고 보거든요. 기술적인 프로세스에서 배우는 'study'말고, 자기 성찰적인 무언가가 남는 'learning'에 가까운 콘텐츠를 지향해요. 저희가 만드는 전체 콘텐츠 중 한 줄이라도 그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퍼블리 박소령 대표)
법칙 7. 타깃을 명확히 하고, 팬을 만들어라
- 단단한 브랜드 팬덤을 형성하려면 다음의 프로세스를 기억하자.
(1)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고 이를 비주얼 이미지 중심으로 확산한다.
(2) 스토리와 콘텐츠로 공감을 얻을 기반을 만든다.
(3) 그 후 강력한 소수의 팬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4) 이들이 스스로 화자가 되어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게 한다.
법칙 8. 디지털이 당신을 구원해줄 것이다
Q. 궁극적으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영속하는 기업/브랜드가 될 수 없는데,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A. 반복되는 이야기 같지만 고객만족입니다. 그냥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재방문, 재구매를 할 정도로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핵심이지요. 고객을 잠깐 속여서 한 두 번 판매할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구매 혹은 팬이 되도록 하는 무언가가 없으면 회사를 지속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이익을 내기 위해 근본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한 거래단위상 경제성(unit economics)이 있어야겠지요. 경제성 없는 모델을 가지고 투자받은 돈으로 성장만 만들다가 돈이 떨어지면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
법칙 9.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완성하라
- 오프라인 매장이나 오프라인 중심의 커뮤니티는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 누군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온라인 구매패턴이나 댓글 등의 피드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고객 경험 동선, 구매패턴, 연령/성별에 따른 취향, 접점의 우선순위 등을 파악하여, 고객들이 말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고객 스스로도 모르고 있을 '충족되지 않은 진짜 니즈(unmeat needs)'를 찾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 스타트업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을 알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초기부터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게 될 모든 접점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객과 직접 만나는 계기가 없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러한 '고객 접점의 순간(the moment of touch)'을 만들어야 한다.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페이지 등의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제품의 스펙이나 서비스의 세부 기능을 소개할 수는 있지만, 브랜드가 담고 있는 총체적인 가치를 전달하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거나 오프라인 전용 제품을 론칭하는 이유도 이러한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 고객뿐 아니라 스타트업에게도 오프라인이 주는 힘은 크다. 오프라인 공간을 통한 브랜드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은 계속 커질 것이다.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삶의 경험과 스토리로 녹여진 것에 관심을 갖는다. 오프라인 경험으로 디지털의 브랜드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이고,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와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구체적인 형태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법칙 10. 작게 시작하고 디테일을 챙겨라
- 세부항목에서부터 작게 시작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많이 시도하고 있는 린(Lean)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꼭 필요한 것만 우선적으로 진행하자는 '린 브랜딩(Lean Branding)' 역시 같은 맥락이라 이해할 수 있다. 해외에서 소개된 '린 브랜딩'이란 개념은 기존의 전통적인 브랜딩 방법보다 훨씬 가볍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는 데 중점을 둔다. 린 브랜딩의 MVB(Minimum Viable Brand:최소 요건 브랜드)는 에릭 리스의 <린 스타트업>에서 소개된 MVP를 차용한 개념이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로 하는 브랜딩의 특성에 맞게 MVP의 가설 테스트 등의 요소를 변형해야겠지만, 스타트업이 자신의 브랜드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만 중심으로 최소 수준에서 시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자기다움을 찾는 브랜딩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의 브랜드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야 한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자체의 색깔이나 차별성이 명확해야 하며, 수백 명의 고객보다 수십 명의 팬을 만들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결국 브랜딩은 한 끗 차이다. 그 한 끗의 힘을 간과하지 말자.
맺음말
-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법칙들의 근간이자 창업가들도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사업전략이 결국 브랜드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사업 초기에는 브랜딩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무관심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사업의 모든 과정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 고객과 가치에 집중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성공적인 브랜딩 활동으로 연결되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본질에 집중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Why'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사업이나 브랜딩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브랜딩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몰 브랜드 제작기]는 시리즈로 구성되었으며,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