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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채 Oct 23. 2020

'스몰 브랜드'의 기반이 되는 '빅 아이디어'

[스몰 브랜드 제작기 #3] 사업 전략이 되는 브랜드 전략

 '빅 브랜드'의 홍보 컨텐츠를 제작하는 새로운 과업이 주어졌을 때, 매번 '수많은 실이 엉켜 있는 거대한 실타래'를 건네 받은 듯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담당했던 '브랜드'들은 사업 영역만 수 십개, 내부 구성원만 수 만명에 달하는 말 그대로 '거대한 조직'이었기 때문.


단단히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료 조사'였습니다. 시장의 최신 이슈는 무엇인지, 의사결정을 할 내부 구성원들의 관심사들은 무엇인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더 빠르게 채워내기 위해 나는 나만의 접근법을 고안해보기로 했습니다.




빠른 결론 도출을 위한

'하향식 접근법 + 5 What 기법'


 소위 큰 것부터 작은 것으로 쪼개어 나가는 '하향식 접근법'은 데이터 분석(Data Anaysis)의 분석과제 도출유형에서 힌트를 얻은 개념입니다. 컨텐츠 기획에 앞서 '브랜드의 이해관계 구조 파악'이라는 문제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하향식 접근법을 차용했죠. 본격적인 기획에는 작은 요소로 부터 아이데이션을 시작하는 상향식 접근법이 좀 더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데이터 분석 중 분석 과제 도출 유형
1) 하향식 접근법 : 문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세부 내용을 차차 정의하는 것.
2) 상향식 접근법 : 문제를 모르는 상태에서 세부 내용 발견에서부터 시작해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것.


'5 What 기법'은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방식 혁신 프로그램 TPS(Toyota Production System)의 주축인 '5 Why 기법'을 변형한 것. '왜 하는가?'를 파악하기에 앞서 '무엇을 하는가?'를 먼저 파악해야만 기획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Why'를 'What'으로 대체했습니다.


도요타 자동차의 '5 Why 기법' 예시
Issue : 육안 검사 시 간과하는 점이 많다.
Why 1. 왜 간과하는가? →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Why 2. 왜 제대로 보지 못하는가? →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Why 3. 왜 잘 안보이는가? → 작업장 조명이 어둡다.
Why 4. 왜 조명이 어두운가? → 조명의 위치가 좋지 않다.
Why 5. 왜 조명의 위치가 좋지 않은가? → 작업장 조명 위치에 대한 기준이 없다.


앞서 말했던 '하향식 접근법'과 '5 What 기법'을 결합한 나만의 접근법을 SK그룹에 대입해봤습니다.


Q1. 무엇으로 사업영역이 구성되어 있는가?
A. 총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한다. 에너지·화학 / 반도체·소재 / ICT·통신 / 바이오·물류.

Q2. 가장 큰 매출을 내는 사업영역은 무엇인가?
A. 에너지 사업. 대표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

Q3. SK이노베이션의 세부 사업 구성은 무엇이며, 주력 사업은 무엇인가?
A. 석유 사업, 배터리 사업 두가지로 나뉘며, 석유 사업의 매출 비중이 크나,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손 꼽히는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Q4. 배터리 산업의 최대 & 최신 이슈는 무엇인가?
A. 환경규제 강화로 인해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이 빠르게 팽창되어 단가 경쟁이 심화되고, 완성차 기업 또한 자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Q5. 최근 이슈 중 기업 의사결정권자의 고민거리는 무엇인가?
A. LG화학과의 배터리 관련 소송으로 인해 주주들의 불안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거대한 그룹사에서 시작해 핵심 계열사로.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나아가는 '하향식 접근법'를 통해 거대한 브랜드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죠.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5개의 질문은 산업 전체의 이슈부터 컨텐츠 제작의 키를 쥔 의사결정권자의 이슈까지, 컨텐츠의 뼈대를 이룰 키포인트를 도출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창업가의 브랜딩> 중

 나의 '스몰 브랜드'를 만들기로 마음을 굳힌 현재, 나에게 필요한 넥스트 스텝은 바로 '브랜드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나만의 접근법을 통해 '스몰 브랜드'의 토대가 될 '빅 아이디어'를 도출해내 보기로 했죠.


시리즈의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했듯 나만의 스몰 브랜드의 큰 목표는 '매력적인 큐레이터로서 존재하는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으니 우선, 스몰 브랜드의 사업 영역을 '큐레이션 샵'으로 확정했죠. 그리고 나의 브랜드가 속하게 될 패션 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으로 나만의 브랜드 전략을 세워 나가고자 했습니다.


Q1. 패션 산업을 이루는 구성 단위(공급자)는 무엇인가?
A.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샵, 세컨핸즈 샵

Q2.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A. 시즌 별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트렌드를 제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Q3. 디자이너 브랜드가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A. 연도별 시즌 > 계절별 시즌(SS, FW) > 시즌별 컨셉

Q4. 디자이너 브랜드의 최대 & 최신 이슈는 무엇인가.
A. 패션 산업이 요구하는 지속가능한 패션(리사이클링, 슬로우 패션)에 대한 대응.

Q5. 나의 브랜드가 이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A. 일반적 워크 프로세스를 나의 브랜드에 맞게 해석하기,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찰.


새로운 워크 프로세스

그리고 지속가능성


5개의 질문을 통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인 브랜드는 연도별로 두 시즌(SS, FW)을 구성하고, 그리고 각 시즌마다 하나의 컨셉을 부여한다는 일반적인 워크 프로세스,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이제 이를 나의 브랜드의 관점에 맞춰 다르게 해석할 차례. 우선, 일반적인 워크 프로세스를 뒤집어 나의 브랜드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적인 큐레이터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큰 목표를 기준으로.


일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는 연도별 시즌, 계절별 시즌, 시즌별 컨셉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판매했다면, 나의 '큐레이터 브랜드'는 그 방식을 정반대로 대입해 하나의 큐레이션으로 완성될 컨셉이 가장 상위에 존재하는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적합해 보였죠.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하나의 컨셉으로 수렴되는 제품군을 선보이는 방식은 나의 브랜드가 지향하는 큰 목표를 충족하는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각기 다른 제품을 소개하는 기존의 세컨핸즈 샵과 차별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큐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컨셉으로 수렴될 (이미 한 번 소비되었거나 소비 되지 못한) 각기 다른 제품들은 또 다른 생명을 부여 받아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기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건 또한 충족했다고 생각했죠.




 내용이 아닌 형식을 바꾸는 일. 혁신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할지 언정 다른 그릇에 담아내는 일. 언제나 제가 해내야 할 일이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의 숨은 가치를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고민해온 내가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이 역량이 나의 곧 나의 자기다움이며, '큐레이터 브랜드'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고, 꾸준히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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