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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개복치 Jun 08. 2017

기껏 읽은 책을 머릿속에 남겨두는 3단계 기술

읽었다는 느낌만 남은 독서는 이제 가라.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책을 읽는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시간도 걸리고 눈도 아프고. 그럼에도 큰 맘 먹고 책장을 펼치는 건 머릿속에 뭐라도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테다. 그러나, 뚜둥. 


“그 책 읽었어?”

“응, 읽었어.”

“무슨 내용이야?”

“응. 읽었어.”

“?”

“….” 


읽었다는 뿌듯함만 남을 뿐 내용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사람 많다. 사실 나도 그랬다. 소설이라면 대충 결론 정도는 알지만, 인문 서적은 기껏 읽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지금부터 소개할 팁은 내가 기자 지망생 시절 익힌 독서법이다. 정확히 설명하면, 인문 사회 경제 장르 책을 읽고, 내용을 머릿속에 남겨 두는 기술이다. 줄줄 암기하는 정도는 아니고 내용을 남에게 소개해줄 정도로 기억하는 것. 책 한 권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기술이다. 


우선,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기자 지망생 때 아는 선배 하나가 책 내용을 척척 인용해 글을 쓰고 결국 원하는 신문사에 취직하기에 물어봤다. 책을 언제 다 읽고, 어찌 다 기억하느냐고. 선배 말하길, 사실 몇 권 안 된다. 몇 권 안 되는 책을 확실히 이해해서 두루두루 써먹는 거다. 


온갖 주제가 다 나오는 신문사 논술 시험도 몇 권이면 충분하다면, 교양으로 책 읽는 우리도 마찬가지. 학업으로 고통 받는 20대라면 1년에 2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너무 적을 수도 있는데, 여하튼 숫자보단 읽는 방법이 훨씬 중 요하다. 언론사 선배에게 주워듣고 체화한 내 독서 기술은 다음과 같다. 


1.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장 8개 정도를 뽑아둔다.

책을 더럽게 보는 나는 밑줄을 긋고, 그 문장들을 노트에 옮겨 적는다. 여러분은 편한 방식대로 하면 된다. 

사람에겐 ‘설단 현상’이 있다. 안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답이 혀끝에서 맴도는 현상을 뜻한다. 설단 현상이 일어날 땐 작은 단서만 주어져도 답이 튀어나온다. “<아이언맨>에 나왔던 그 배우 이름 뭐지?” “누구? 아 그 주인공. 이름이 뭐 더라.” “으… 그, 그, 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가 이름을 떠올리는 힌트다. 

여러분이 뽑아놓은 문장도 힌트다. 읽은 글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을 뿐 머릿속 어딘가에 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읽어둔 문장 하나하나가 기억의 심연에서 책 내용을 한 뭉텅이씩 끄집어낸다. 너무 많은 문장을 뽑으면 귀찮아서 다시 안 본다. 7~8개 정도 문장만 옮겨두고 가끔 읽자. 


2. 두 번 읽어라. 아시다시피 원래 공부는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처음 읽을 땐 한 자 한 자 읽는 자체가 고역이지만, 두 번째 읽을 땐 아는 내용이라 한결 편하다. 여유가 생기니 자기 생각도 덧붙인다. ‘오! 이 아이디어는 내 상황과 통하는군.’ 소설은 두 번 읽으면 지겹다. 인문 서적은 두 번째 읽을 때 더 재밌고, 자 기 것으로 소화도 된다. 

만약, 두 번 읽기 지겨워 머뭇거려진다면, 이렇게 따져 보자. 한 번 읽으면 내용의 4%가 남고, 두 번 읽으면 40%가 남는다. 물론 퍼센트는 임의로 내가 지어낸 것이지만 그 정도로 차이가 많다. 새로운 책을 두 권 더 볼 바에야 읽은 책을 다시 한번 더 읽는 게 훨씬 이득이다. 


3. 독후감을 써라.

“책 읽은 것만도 힘들어 죽겠는데 독후감이라니!(분노)” 이보시오. 비난을 잠시 멈춰주시오. 대신 여러분이 좋아할 사실도 함께 알려주겠다.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독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에 사람들이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고, 독후감을 올리는 것도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을 해요. 제 경험상, 내가 읽은 내용을 내가 생산 해내는 경험을 할 때, 그게 내 지식이 되더라고요. (중략)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 것보다는 그런 적극적인 독서법이 훨씬 좋은 것 같아요.” 

김정운 교수는 뛰어난 저술가이자 독서가다. 김정운 교수 말처럼 책을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원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좋다. 더 중요한 건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오, 그러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그걸 자기 글로 써보는 행위다. 


독서의 목적은 ‘읽었다는 뿌듯함’이 아닌, 내 생각을 업그레이드하는 것. 한 권 을 읽어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시라.



Writer 이정섭 munchi@univ.me

글 써서 먹고살고 있는 대학내일 에디터. 어릴 적부터 게임 하고 책 읽는 대신 운동은 안 하는, 전형적으로 내향적 닌겐. 현재 1년에 12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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