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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책 작가 문성현 Nov 26. 2018

받아쓰기를 하면 영어 듣기실력이 좋아질까

영어회화 베스트셀러 작가가 말하는 직장인을 위한 영어공부법

영어청취능력 향상을 위해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방법이 받아쓰기입니다. 하지만, 받아쓰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투입한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을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받아쓰기는 영어의 소리를 잘 식별하지 못하는 초보자에게 적합하지 않습니다. 받아쓰기를 하는 목적은 들은 것을 적어보고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는데 있습니다. 그런 다음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발음교정을 해서 보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보자는 듣고 적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받아쓰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초보자에게는 받아쓰기보다 오히려 소리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 문장씩 영어의 소리를 듣고 들리는 대로 따라 읽는 것입니다. 막연히 따라 읽는 것이 아니라 단어 아래에 발음기호를 적어놓고 발음기호의 원리대로 발성하는 것입니다. 영어는 발음기호를 토대로 소리를 내는 언어입니다. 그 말은 발음기호를 발성할 줄 모르면 영어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발음기호의 원리를 배우면 혀 위치, 입술모양, 턱의 움직임이 한국어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어답게 소리를 낼 수 있으면 내가 제대로 낼 수 있는 소리는 정확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를 잘 듣지 못하는 이유는 영어에는 우리말에 없는 소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영어의 발음기호를 무시하고 한국어식 발음으로 연습하면 한국식 발음이 굳어져서 나중에 교정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영어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받아쓰기보다 정확하게 발성하는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흉내 내기가 더 중요하다


한국어를 배울 때 듣고 말하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받아쓰기를 시킵니다. 기껏해야 “맘마! 어빠!” 정도나 하는 아기들에게 받아쓰기부터 시키지 않습니다. 받아쓰기는 이미 소리를 습득한 아이들에게 소리언어와 문자언어를 정확하게 맞추는 연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받아쓰기를  잘한다고 해서 듣기나 말하는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를 배우는 초기에는 받아쓰기보다 오히려 ‘흉내내기’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소리에 대한 적응기간으로 삼고 발성연습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리와 문자를 동시에 접하면서 영어의 소리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영어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발음기호를 발성하는 방법을 배워두면 앞으로 시간절약은 물론 실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발성법을 익히면서 집중적으로 소리감각을 기르는 훈련을 합니다. 이후 본인이 듣고 싶은 자료의 음원과 자막을 구해서 받아쓰기를 통해 테스트 해 봅니다. 한 문장을 두세 번씩 듣고 절반 이상 정확히 적지 못하면 받아쓰기보다 발성연습을 더 해야 합니다. 내용어(명사,동사, 형용사, 부사 등)는 대부분 적을 수 있지만 기능어(관사, 전치사, 접속사 등)를 제대로 적지 못하는 시점이 받아쓰기의 최적기입니다. 두세 번 듣고 절반 이상 제대로 적을 수 있으면 받아쓰기를 고려해 볼 시점입니다. 그 때부터는 자신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찾아서 집중적인 발음교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받아쓰기는 중급자 이상에게 적합한 방법입니다. 따라서,무턱대고 시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받아쓰기는 듣기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받아쓰기가 영어청취실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받아쓰기보다는 큰 소리로 영어식 발성훈련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초보자일수록  받아쓰기보다 발성훈련에 집중하세요. 중급자 이상은 받아쓰기로 소리에 대한 예민성을 키우세요. 운동을 배울 때처럼 영어도 수준에 맞는 훈련이 중요합니다.


받아쓰기 할 때 유의사항


받아쓰기 재료는 되도록 원어민 표준발음을 접할 수 있는 영어뉴스를 추천합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같은 구어체 자료는 ‘축약, 탈락’ 등 여러 가지 음운현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표준발음을 배우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고 듣기보다는 말하기 연습의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받아쓰기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은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자막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오직 청각만으로 영어의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오감 중에서 시각이 우리 뇌에 들오는 정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미리 자막을 보면 시각이 청각을 무력화시켜 청력만으로는 안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청취훈련을 할 때는 시각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자막은 받아쓰기를 끝낸 후 틀린 부분을 확인할 때만 보아야 합니다. 틀린 부분을 원어민의 소리와 비교하면서 따라 읽어 교정하고 이후에는 자막을 많이 봐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적은 분량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초기에는 소리식별 단계이므로 내용은 크게 상관 없습니다. 시험영어를 준비하는 사람은 토익, 토플 문제지도 좋고 수험생이 아니라면 뉴스나 생활영어 등 본인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받아쓰기를 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반드시 자막이 있는 자료를 선택합니다. 받아쓰기를 끝낸 후 자신이 받아 적은 것을 확인하여 교정할 수 있도록 자막이 있는 자료를 구해야 합니다.
     
둘째, 한 번에 여러 단어를 받아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 번에 한 단어씩 받아쓰려고 하면, 나중에 의미단위별로 문장을 듣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더라도 한 번에 여러 개씩 적으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래야 점차 한 번에 들을 수 있는 기억용량이 커져서 영어를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셋째, 되도록 한국인 학습자를 고려하여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정제된 소리보다는 현지에서 쓰이는 원음이나 정상속도로 녹음된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실제 원어민이 사용하는 소리와 속도에 대한 감각을 기를 수 있습니다.
     
넷째, 큰소리로 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받아쓰기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나면 큰 소리로 읽어서 교정된 소리를 뇌에 저장하고 복습훈련으로 기억을 강화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받아쓰기를 시작하는 시점과 마찬가지로 그만두는 시점을 잘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90% 이상 받아 적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 되면 그때부터는 받아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부터는 단어를 알아들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이해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받아쓰기보다는 이해속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영어문장을 들을 때 단어를 하나씩 듣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해합니다. 10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3∼4개의 의미덩어리로 듣는 것입니다. 그래야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의 목적은 단순히 소리영어와 문자영어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 뿐입니다. 지금까지 주로 영어를 눈으로만 공부한 성인들은 소리에 대한 인식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소리와 문자의 균형을 맞추는 받아쓰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받아쓰기는 제대로만 훈련하면 몇 개월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는 것 만큼 제대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루에 몇 개씩 발음기호의 발성원리를 익히면서 소리 내서 따라 읽으면 청취력이 점점 좋아집니다. 발음기호를 발성하는 방법은 책보다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동영상 자료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 투자하면 모든 발음기호를 배울 수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습니다. 받아쓰기도 적당히 활용해야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수준을 파악하고 무엇부터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 받아쓰기 후 발음교정 하는 방법
     
1. 1분 정도 분량의 길이가 짧은 헤드라인 뉴스를 구합니다.
2. 뉴스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세 번 정도 듣습니다.
3. 한 문장씩 약 5회 정도 반복해서 들으며 들리는 단어를 적습니다.
4. 소리를 듣는 것이 목적이므로 철자는 무시하고 들리는 대로 적습니다.
5. 도저히 적지 못하는 부분은 한글로 소리 나는 대로 적습니다.
6. 고유명사나 사람이름은 원어민도 못 적으므로 대충 적습니다.
7. 다 적은 후 자막을 확인하여 색깔 펜으로 틀린 부분을 수정합니다.
8. 틀린 단어 하단에는 사전을 확인하여 발음기호를 적어 넣습니다.
9. 처음부터 한 문장씩 들으며 크게 소리 내서 10번씩 따라 읽습니다.
10. 틀린 부분은 발음기호와 연음, 억양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읽습니다.
11. 한 문장씩 따라 읽기를 마치면 뉴스 전체를 10회 정도 따라 읽습니다.
12. 원어민 음성파일을 휴대폰이나 USB에 저장하여 걷거나 운전할 때 듣습니다.
13. 듣다가 너무 지겨워지면 들리는 소리를 한 박자 늦게 입으로 따라 읽습니다.
14. 소리만 듣고 따라 읽지 못하면 9번~11번까지의 과정을 반복합니다.
15. 진도를 나가는 것보다 뉴스 10개를 완벽하게 숙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작성자 : '영포자 문과장은 어떻게 영어달인이 됐을까' 저자 문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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