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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책 작가 문성현 Nov 23. 2018

나이가 많아도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영어회화 베스트셀러 작가가 말하는 직장인을 위한 영어공부법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영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언어학자들이 사춘기가 지나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어렵다고 말하는 ‘결정적 시기’ 가설 때문입니다. 그러나, ‘레너버그’가 주장한 결정적 시기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그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부분의 연구는 미국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우리처럼 영어를 일상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서 ‘몇 살부터 영어를 배우는지’가 영어능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어 실력이 유창한 미국인 출신 방송인 ‘타일러’는 2007년부터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합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어는 8년 정도 공부했어요. 한국어를 배운지 1년 반 정도 되었을 때 자신 있게 내 뜻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어 공부비결을 이렇게 남겼습니다. “특별히 마음에 들거나 기억하고 싶은 말만 적어놔요. 좋아하는 표현이라 금방 외워지고 공부가 지겹지 않더라고요“

우리도 각자에게 필요한 표현이나 좋아하는 문장을 위주로 공략한다면 영어공부가 그렇게 힘들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MBC 김민식 PD도, 개그맨 김영철씨도, 헐리우드에 진출한 영화배우 이병헌씨도 모두 성인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영어 배우는데 좋은 시기는 따로 없습니다.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바로 적기입니다


환경의 차이를 이해하자


언어를 배우는 환경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모국어로 배우는 ENL(English as a native  language)환경이고, 둘째는 제2 모국어로 배우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환경, 셋째는 외국어로 배우는 EFL(English a Foreign language)환경입니다. ESL 환경은 집에서는 모국어를 사용하지만 학교나 사회에서 영어를 주 언어로 사용하는 환경을 말합니다. 네덜란드,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에 살거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간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반면, EFL 환경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만 가정이나 사회에서는 모국어를 사용하는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같은 나라는 전형적인 EFL 환경에 해당됩니다.
     
언어학적으로 인간이 특정한 언어를 알아듣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약 3,000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1차적인 언어학습을 마친 상태에서 일상생활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약 9,000시간이 필요합니다. 만 2세에서 만5세에 이르는 3년 동안 하루 8시간 정도를 부모, 형제, TV 등을 통해 언어에 연속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입니다. 이후 20세 성인이 되기까지는 15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므로 한 언어를 습득하는 데 실로 엄청난 시간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백지상태의 뇌로 태어난 아이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것과 모국어가 완성된 성인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을 단순히이론적인 시간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언어 습득능력과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국어를 배우는 어린이는 수면시간을 제외하고 해당 언어에 연속적으로 노출됩니다. 반면, 외국어를 배우는 성인은 기껏해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그것도 시간이 허락할 때만 접합니다. 게다가 이미 모국어로 가득찬 뇌에 영어를 강제로 쑤셔 넣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EFL 환경에서는 미국의 이민자들을 위해 만든 ESL 교육방식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효과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ESL 방식은 앞으로 계속 영어환경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를 매일 사용할 사람에게 대화상대를 붙여주고 말할 기회를  늘릴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전혀 쓰지 않는 환경입니다.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이 하루에 10분정도 원어민 강사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는 원하는 실력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대화상대가 아니라 말하는 연습입니다. 언어환경이 다르면 접근방법도 달라져야 합니다.   


욕심보다 노력을 하자


우리는 하루에 1시간 정도 투자해서 6개월이나 1년 안에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 심리를 간파하고 시중에는 3개월이나 6개월 만에 영어를 끝내준다는 책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과연 6개월 공부해서 자신이 원하는 실력을 만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수년간 공부해도 영어실력에 뚜렷한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여기저기 시간과 노력을 단축해 주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잘못된 학습법
 노력의 양 부족
     
‘임계량의 법칙’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노력의 양이 임계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과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을 열심히 가열해도 99도까지는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그 비밀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내력에 있습니다. 무엇이든 임계치에 도달해야만 변화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멈추지 않고 임계치까지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귀국한 사람과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미국에 5년 정도 살았더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럭저럭 할 수 있게 되었다“ 는 말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보낸 5년을 취침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6시간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미국에서 5년 생활한 경우     
  16시간/일× 365일/연×5년 = 29,200 시간

-하루 1시간씩 공부할 경우     
  29,200시간/365시간 = 80년

-하루 2시간씩 공부할 경우     
  29,200시간/730시간 = 40년
     
그동안 우리가 했다는 영어공부량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6개월 정도의 기간으로 영어를 어느 정도 말하고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에서 5년 살다온 사람도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거기에 100분의 1도 안 되는 노력으로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바랍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정하자


그렇다면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웠어도 본인에게 필요한 실력을 만든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필요한 영어를 명확히 정하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성취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필요한 목표수준을 원어민 초등학생 정도로 정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직업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런 목표가 현실적입니다. 원어민 성인 수준의 실력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반인은 동시통역사와 목표가 달라야 합니다. 한정된 시간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달성할 확률이 높습니다. 저는 2~3개월 마다 영어회화 책 한권씩 끝내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실행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마다 조금씩 수준을 높여 나갔습니다. 1년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자신의 취미생활과 신변잡기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실력이 됩니다. 그 다음 목표로 여행영어를 선정했습니다. 적당한 교재를 구해서 해외여행 가서 자주 쓸만한 표현을 선별해서 연습했습니다. 여행지에서 쓰는 영어는 제한적이고 단어 몇 개만 조합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고 재미가 있습니다. 여행영어도 6개월 정도면 책 2~3권 정도는 마스터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본인의 취향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면 됩니다. 시사에 관심이 많다면 영어뉴스도 좋고, 영화나 미드 마니아라면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구해서 연습해도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주인공의 대사를 본인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면서 즐겁게 배울 수 있습니다. 소설을 좋아하면 쉽고 짧은 영어소설 읽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삼아도 됩니다.  

우리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의 영어를 소재로 지금까지 해 왔습니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모든 종목의 운동을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을 선택하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영어실력은 모든 분야가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영어입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메모하세요. 그리고 시간이 날 때 마다 연습하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부터 숙달하면 영어를 배우기가 쉬워집니다.


작성자 : '영포자 문과장은 어떻게 영어달인이 됐을까' 저자 문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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