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 박근혜를 파면하기 위해서

by 취생몽사

'박근혜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관통할 질문이 될 성 싶다. 박근혜라는 개인이야, 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여 죄를 물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박근혜라는 상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이미 사회의 합의를 통하여 전두환을 비롯한 군부 독재정권의 세력들은 절대악으로 지칭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일종의 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또 호시탐탐 광주의 정신과 역사를 왜곡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근혜라는 상징 역시 같은 흐름을 탄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감옥살이를 하더라도 오늘 그의 집 앞을 지켰던 기백명의 사람들은 여전할 것이다. 박근혜라는 상징, 아니 그 뒤에 자리잡은 박정희라는 상징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겼고, 민주주의를 유린했던 극악무도한 정권"이라는 사회의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끝내 사회의 몇몇을 이끄는 정치세력으로 존재할 지 모른다.

많은 분들이 집으로 들어가는 박근혜와 그를 반기는 지지자들, 또 그들 앞에서 남긴 웃음과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태도를 보며 분노했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분노와 참담함을 전달하는 것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안다. 박근혜는 고작 대통령 직에서 파면당한 것 뿐이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악마적 상징과 그 기저의 가치들을 파면하기 위해서 우리는 촛불을 들어올린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계속해 싸워나가야 할 지 모른다. 겨울을 막 떠나보냈다지만, 그래서 우리는 봄을 맞이하고 있기에 마음을 놓고 싶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반드시 겨울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누군가는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을 지우려 할 것이고 정권에 따라 시대의 상처는 때때로 다시금 위협받을 것이다. 예컨대 지난 보수정권 아래에서 광주와 5.18 민주화운동이 끊임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합창' 등의 논란을 겪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박근혜의 탄핵이 이뤄진 직후의 지금, 반-박근혜로 상징되는 모든 사건들은 이제야 간신히 해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으나, 그것은 결코 역사를 왜곡하려는 모든 세력들의 멸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난 역사 속에서 새겨두었던 절대악 목록에 박근혜라는 이름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한 목록은 대개 역사 교육과 시민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하며, 절대악과 그 부역자들 및 그들에게 사상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이 결코 공직이나 사회의 요직에 다가갈 수 없게 하는 문화와 환경을 통해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유력한 대선후보 하나인 문재인 씨는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적폐청산이 어떻게 이뤄질 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제도와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전승되는 형태의 것이어야 할 것이다.

교육, 제도, 문화로 우리가 박근혜라는 상징을 봉인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때에 진정한 승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사회의 격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 2월 <시사 in>에 실린 글 '농담하는 자, 잡혀간다'에서 박권일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누구나 떠들어대는 ‘국격’, 다시 말해 ‘나라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국격은 삼성의 휴대전화 판매량 따위의 알량한 숫자들로는 결코 증명될 수 없다. 국격이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재산·지위·재능과 상관없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의-그것은 대개 헌법에 표현되어 있다-를 몸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증명되고 인준되는 가치이다."


우리는 박근혜라는 상징을 어떻게 다룰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의에 의해 배척할 것인가. 그리고 다시는 박근혜와 같은 상징의 부활을 막기 위해 어떠한 정신을 수호해 나갈 것인가. 우리에게는 여전히 질문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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