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17.04.05)

기침

by 취생몽사

공기 반 소리 반에 가장 어울리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기침 아니겠는가. 지난주 화요일 네 군데 회의를 돌고 목이 이상하다 느낀 이후로 영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제는 한 2년만에 처음으로 약을 타다 먹었다. 식후 2알씩 복용하라는 파란 알약을 바라보며 매트릭스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꿈에서 깰거야. 깨고 일어나면 2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는 띵석이 있고,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원에 진학했을테야.


늘어진 뺨을 연신 쳐봐도 꿈에서 깨지 못했다. 보통 하루에 한 끼를 먹고 있어서 식후 복용이라면 5일을 먹어야겠지만, 그냥 기침이 좀 심하다 싶으면 약을 집어삼켰다. 그래서 이제는 두 알밖에 남지 않은 알약을 들고 아침을 먹으러 갈 생각이다. 여전히 하늘은 뿌옇고 매순간 삶을 질투하는 것들의 목록에 미세먼지를 추가해야 하나 싶은 수요일의 아침이다. 오늘도 집 대신 학생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감기에 걸리면 담배를 끊어내는 프로세스가 내 안에 있어, 나를 금연에 들게 하신다면 좋았을 테다. 득도하지 못한 인간이라 유혹에 쉬이 흔들렸고, 천 길 낭떠러지로 제 새끼를 떨어뜨린다는 독수리처럼 연거푸 기침을 하는 목에 담배를 또 밀어넣었다. 가끔 기침이 나오려 할 적에 연기를 삼키다 콜록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4월만 넘겨보자 4월만.


몸에 열이 오르면 괜히 싫은 소리, 약한 소리 하게 된다. 아플 땐 잠자코 있어야 하는 법임에도, 고새를 못참고 또 볼멘소리를 늘어놓고 말았다. 아이야 너는 언제쯤 어른이 되느냐. 이제 나는 당근 같은 것을 골라먹진 않는데. 된장비빔밥으로 아침밥을 먹으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약을 삼켰다. 어깨를 툭툭 치던 빗방울이 제법 굵어져 있었다. 투덜대며 1교시를 갔다. 기침은 멎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징 박근혜를 파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