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2024)

야헤와 너와 있으면

by 취생몽사

루카 구아다니노를 잘 모르는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읽을만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인가? 작가주의적 관점만을 맹신해온 나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중 이름난 것들도 다 보지 않았다. <아이 엠 러브>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조차 보지 않고 이 감독의 영화에 대해 무슨 말을 얹을 것이며, 무슨 평가를 하겠냐는 무력감이 먼저 든다. 그럼에도 <퀴어>는 글을 쓰고 싶게 하는 영화다. 온갖 상징을 쌓아올리다 못해 꾹꾹 눌러담은 영화를 해석해보기 위함도 있지만, 이 현실과 몽환의 경계를 비틀거리듯 걷는 영화가 이 비현실적인 계절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말 그대로 상징물을 침대 위에 늘어놓으며 시작한다. 권총같은 상투적인 것부터 지네같은 제법 색다른 요소까지 다양도 하다. 남성기를 뜻하는 듯한, 어딘가 혐오스럽지만 어딘가 관능적인 상징들이 침대에 늘어서며 벌써 화면은 끈적거린다. 이윽고 등장하는 윌리엄 리(다니엘 크레이그)와 그의 땀방울은 멕시코의 여름과 함께 그 끈적함을 배가시킨다. 어디 정착하지 못한 채로 방황하는 리에게 유진(드류 스타키)이 등장하는 순간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유진을 연기한 드류 스타키의 압도적인 관능미때문일 수도 있지만, 닭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 인파 사이로 유진은 카메라의 초점 밖에서 불쑥 등장한다. 동시에 그 난장은 순간 고요해지고 유진은 리의 시선을, 카메라를, 그리고 그를 통해 유진을 바라보는 관객 모두를 빨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