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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는 서울구치소가 아닙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박사모 집회 대응 성명 대자보(17.04.17)

by 취생몽사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국민감시단, 엄마부대 여러분께

지난 4월 6일,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는 수많은 태극기와 영문을 알 수 없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저희 고려대학교 학우들이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확성기는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날 정문 앞에서는 기자회견을 빙자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고려대학교 로스쿨 석좌교수 임명 반대와 5.18 유공자들이 세금으로 지나친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위라고 들었습니다. 근거 없는 주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시위들이 전부 저희 고려대학교 학우들을 위함이라는 말씀도 들렸습니다. 이를테면, “공부만 하지 말고 사회와 양심을 생각해라, 이 놈들아!” 같은 말씀이셨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역시 이에 대해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부만 하지 말고 사회와 양심을 생각하라는 말씀에 감히 누가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양심이라 함은 무엇이겠습니까?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비루한 인생관으로부터 인간의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기제입니다. 그러한 양심을 고려한 사회라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서로가 인간의 양심을 믿고 그를 기반으로 공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앞장서는 사회일 것입니다. 개인의 양심을 갈고 닦는 것, 그리고 사회의 정의를 생각하는 것은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을 저버리고 사회를 생각하지 않는 위정자들이 이 나라의 역사 속에서 어떤 짓을 했습니까? 민주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운영되어야 했을 권력을 사유화하고 개인의 잇속을 차렸습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는 이들을 잡아 가두거나 무력으로 진압했습니다. 1980년 광주에서, 또 지난 4년 간 박근혜 정부 아래의 대한민국에서,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양심과 사회를 생각하는 위정자였습니다. 사회와 양심을 생각하라는 일갈이 향해야 할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범죄 혐의를 받아 수감되어 있는 사람과 학업을 이어 나가는 학생들 중에 누가 더 먼저 사회와 양심을 생각해야하는 지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날의 시위를 주도한 여러분은 스스로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 칭한다고 들었습니다. 동시에 애국 시민이라고 자칭하신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국가는 무엇입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곧 국가”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분의 국가는 현재 수인번호 503번을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드리며 ‘구국’의 의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이라면, 앞으로는 서울구치소로 향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 땅에 훼손된 민주주의를 다시 되살리고, 시민 정신을 굳건히 하는 것이 ‘구국’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저희와 함께해주십시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4월 18일 예정되어 있는 올해 고려대학교 4.18 구국대장정의 기조를 공유해 드립니다. 부디 사회와 양심을 생각해주십시오. 애국 시민 여러분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합니다.

하나, 박근혜로 상징되는 모든 가치들과 정치 세력들을 파면하라.
하나, 정경유착을 끊어내고 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그간 처참하게 짓밟혔던 민주주의를 수호하라.
하나, 승리의 경험을 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작성자: 인권연대국장 윤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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