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총학생회;서울대학교 폭력침탈 규탄 대자보(17.03.11)
서울대학교 학교본부의 폭력적인 본부침탈을 규탄한다.
학생은대학의 구성원이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 그것은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학이 단순히 교육 서비스의 공간이었던가. 대학이 어떤 곳인가. 대학은 배움이 필요한 자에게 배움을 제공하는 곳이자, 삶을 함께살아갈 동지를 찾는 곳이자, 때로는 불의에 맞서 시대의 목소리를 부르짖던 곳이다. 대학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것 중 학생을 제외하고 성립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학생이 사라진 대학은 지성의 요람도, 삶의 터전도, 진리의상아탑도 그 무엇도 아닌 것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이 학생을 내쫓는다는 것은 대학 스스로 목을매는 것과 같다.
그러나탄핵 인용으로 전 국민이 기뻐하던 바로 그 다음 날, 3월 11일서울대학교의 풍경은 어떠했는가. 사다리차를 동원하여 유리창을 뜯어내고 점거를 지속하던 학생들을 상대로발길질을 가했다. 쇠사슬을 끊고 옥상으로 진입하여 학생들을 토끼몰이하듯 내쫓았고, 끝내 4층을 지키던 학생들을 사실상 강제로 퇴거시켰다. 4층에 고립된 학생들에게 의료품과 식료품을 전달하려던 시도는 물대포에 의해 저지당했다. 사다리차와 발길질, 토끼몰이와 물대포. 이것이 대학이라면 작금의 대학은 지난 독재시절의 군부정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학생들을 향해 폭언을 내뱉고 학생들의 사지를 쥐어트는 것이 대학이라면 이 나라에 더 이상 대학은 없다.
150여 일 넘게 지속된 학생들의 요구 속에서 서울대학교 학교본부는 수차례에 걸쳐폭력적인 점거 침탈을 시도했고, 그리고 오늘 마침내 학교 본부는 학생들로부터 대학을 빼앗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절대로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한 대학의 정신이라함은 그 대학을 구성하는 학생들과 그들의 목소리로 대표되는 것이다. 학생들로부터 대학을 빼앗는다는 것은대학 그 자체로부터 대학을 빼앗는다는 것과 같다.
고려대학교총학생회는 고려대학교 학우들을 대표하여, 서울대학교 학우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폭거에 분노하며 진심을담아 위로와 지지의 뜻을 보낸다. 동시에 우리는 서울대학교 박종철 열사를 비롯한 투쟁의 선봉에 섰던모든 대학생 선배님들의 정신을 기리며, 서울대학교 학교본부의 반문명적이고도 구시대적인 자치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작성자: 인권연대국장 윤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