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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날들이라 해도 내일을 포기하지 말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세월호 1000일 대자보(17.01.09)

by 취생몽사

그 날 이후 1000일이 흘렀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실상이 결국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수많은 열사들이 목숨 바쳐 이뤄낸 민주주의와, 그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 전체가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분노한사람들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고, 냉혹한 겨울바람 아래 촛불을 지키고 있다. 사람들을 광장으로 이끄는 것은 일종의 절박함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의과오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역사 속에서 가장 부끄럽고 절망적인 세대로 기억될 지 모른다는 그런 절박함말이다. 그리고 그 절박함으로 메워진 광장 한 켠에 1000일동안 참담함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빛과 진실을 두려워하는자들이 어둠과 거짓으로 참사를 덧칠했고, 더 안전한 삶과 사회를 만들자는 당연한 주장은 기각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희망과 치유의 낱말들은 인양되지 않은 채 쓸쓸히 가라앉아 있다.상처 입은 모든 개인들은 저마다 절망했고, 두려워했고, 분노했다. 그들의 미래는 이 모든 감정의 총체에 의해 시대의 그림자 속으로 침전하였다.10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피가 줄줄 흐르는 상처를더욱 더 곪게 만든 것은 이 나라의 정부였다. 치유되지 않은 시대의 상처는 바로 어제의 것인 양 고통스럽다. 그렇다면 1000일이 흘렀다는 말은 거짓말인 듯 하다. 우리는 1000번째 2014년 4월 16일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결코 세월호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304명의 승객들과 함께 사라진 세계는 너무나 거대하여, 단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이 그단절을 만들어냈고, 권력 보존에 대한 천박한 집착은 이를 더욱 심화시켰다. 세월호와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참사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자본과 권력에 맞서 인간존엄과 생명존중의 기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단절이 치유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단절을 품고 그 위로 새로운 시대를 쌓아 나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월호 세대에게 주어진 소명일 것이다.


광화문을 메운 촛불에도불구하고 응답하지 않는 위정자를 마주하며 누군가는 무력감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믿고 이야기한 사람들에 의하여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000일 동안 멈춘 삶의 시곗바늘이다시금 그 고개를 들고 돌아가려 한다.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선결 조건은,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지난 시간광장에 울려 퍼진 노랫말을 떠올려보자. 어둠과 거짓은 빛과 참을 이길 수 없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뿐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작성자: 인권연대국장 윤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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