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바라기] 브랜드 육아일기 03_2021.03
무인 문구점 (Digilogue Store)
: 과거 문방구(Analogue)에
현재 기술(Digital) 한 스푼을 더하다
무인 문구점, 이게 가능해?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시대,
늘어만 가는 거래처들의 폐업과 줄어만 가는 매출,
이 위기의 돌파구로 우리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문구점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상상도 못 한 사업형태가 나타났다. 바로 '무인 문구점'
당시 무인점포가 증가 추세이긴 했지만 문구업에 접목시켜볼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만약 사업성이 있다면, '기존 문구점을 새롭게 재탄생시킬 수 있겠다'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무인 문구점의 첫 만남
21년 3월, 당시 무인 문구점은 전국에 '문구야 놀자' 4개 점포 밖에 없었다. 지금 '문구야 놀자'와 '빵꾸똥꾸 문구야'가 100호점을 넘어선 걸 보면 1년 사이 무인 문구점 시장이 정말 급성장했다. 당시엔 워낙 초창기라 블로그 후기나 리뷰도 많이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방문해 보았다.
# 문구야 놀자 1호점(중곡시장점)
[위치] 서울 광진구 중곡시장 인근
[상권] 전형적인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상권
[고객층] 초등학생 및 유아 + 학부모
- 당시 토요일 낮시간에 방문하였는데 꽤나
어린 친구들과 부모님들이 매장에 많이 있었다.
[매장 구성]
- 문구류 보다는 완구류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이외에 음료와 과자 등 다양한 품목들도 취급했다. 외부에는 다양한 뽑기 기계로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대체적으로 다이소와 같은 철제 선반을 통해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가격표도 다 부착되어 있어 매장 이용이 편리했다. 그리고 조그만 화이트보드 칠판을 통해 고객의 소리를 듣는 공간이 있었는데, 꽤나 아이들, 부모님들과 소통이 잘 되는 듯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무인매장이어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저녁시간에 급하게 필요한 준비물도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한 곳이기도 했다.
[키오스크]
- 키오스크 기계는 생각보다 계산하기 쉬웠다. 화면의 안내만 잘 따라가면, 수월하게 계산이 가능했다. 마침 앞에 어린아이가 혼자서 계산을 했는데, 계산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기계와 더 친숙하다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최초 오픈하였을 때 키오스크는 현재와 같은 '문구야 놀자 전용 키오스크'가 아닌 일반 키오스크였다. 하지만 방문 당시엔 문구야 놀자 1호점에는 전용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무인매장의 가장 핵심이 무인 결제 시스템이라, 브랜드 본사가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은 듯했다.
# 문구야 놀자 2호점(중곡점)
[위치] 2호점(중곡점)은 1호점(중곡시장점)에서
도보로 약 10~1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
[상권] 주택가 상권
[매장 구성]
: 1호점에 비해 엄청 협소했다. 공간의 협소함으로 카테고리별 정말 필요한 상품들만 소수 진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론 테스트 매장의 성향이 강해 보였다. 평수도 3~4평 남짓 점포에서 적은 임대료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는 게 아녔을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도난
가장 우려스러운 도난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해 보였다. 매장 한쪽엔 도난에 대한 경고 내용이 붙어져 있었다. 아마도 CCTV를 자주 봐야 할 것이고, 재고 로스를 파악하려면 재고 조사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구 특성상 SKU가 다양해서 재고조사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1달을 기준으로 실질적인 로스가 얼마나 차지하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문구류 자체의 상품 단가가 낮은걸 감안할 때, 분명 전체 로스 금액이 인건비보다는 적을 것이다. 결국 절대적 로스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매출 대비 어느 정도 점유비를 차지하는지가 관건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후 '문구야 놀자' 가맹상담을 했었는데
매출액의 최대 3% 정도라 하더라.
직접 운영해 보니 3% 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무인 문구점의 3가지 경쟁력
전반적으로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동네 아이들에겐 새로 생긴 놀이터 마냥 좋아 보였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쇼핑할 수 있기에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쉽게 들날날락 했다. 또 다이소 보다는 다양한 문구 품목들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들에게는 가고 싶은 문구점으로써 매력이 충분했다.
결국, 무인 문구점의 경쟁력은 3가지이다.
① 인건비 > 재고 로스율
-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하며,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그런데 무인으로 매장을 운영할 경우 부담스러운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재고 로스에 대한 반대급부가 발생한다. 하지만, 문구점 특성상 상품 단가가 낮다고 볼 때, 결국 일부 로스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인 인건비만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업의 수익성을 '얼마나 고정비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로스 비용은 발생 하지만 1인 인건비와 비교했을 때는 현저히 낮다!)
② 무인 매장의 편리함 > 유인 매장의 불편함
- 문구점의 경우 아이들이 많이 이용한다.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해 직접 보고 만져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대게의 유인 매장의 경우 물건을 만지는 것에 경영주가 거부감을 가지고 눈치를 준다. 아이들도 이 부분을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무인 매장의 경우 그런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언제든 자유롭게 매장에 와서 원하는 제품을 만져보고 구경하며 쇼핑할 수 있다. (물론 일부 품목들은 아이들이 많이 만져서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하지만, 그 정도의 투자도 없이 무슨 장사를 하겠는가?) 자유로운 쇼핑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그 시대의 흐름에 무인 문구점은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 주고 있었다.
③ 다양한 문구 품목 > 다이소의 품목 한계성
- 다이소는 가격 경쟁력은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품목들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가령 볼펜의 경우 정말 대중적이고 일반적인 품목들만 존재한다. 하지만 문구점 품목은 특성상 카테고리 안에 정말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존재하고, 고객은 다양한 품목들 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길 원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이소보다 더 다양한 품목들은 보유하여, 고객들로 하여금 매장을 방문할 동기를 만들어 주게 된다.
과거 문방구에 현재 기술 한 스푼을 더하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한 동네 문구점이 다이소와 대형마트, 온라인몰에 하나둘 자리를 내주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를 하지만, 여전히 문구점이 주는 감성의 끌림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갈증을 무인 문구점이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무인 문구점은 디지털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통해 문구점을 새롭게 부활시켰다.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의 정서가 융합될 때,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마치 동네 문구점의 감성에 기술 한 스푼이 더해져,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구점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날로그 동네 문구점의 감성이
디지털 기술과 만나 다시 빛나게 하는 것.
문구점을 통해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 감성을 만나게 해주는 것.
이것이 문구 바라기의 핵심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