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문규 Jun 28. 2016

오키나와 카페 투어 2일차 : 카페 가지만로

숲속의 무릉도원

입구서부터 나와 아내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카페 가지만로'

아내는 설레임 가득안고 한 발자국씩 내딛었다.
물론, 최대한 역동적으로~
눈누난나♬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 속에 서있던 우리는 카페 앞으로 펼쳐진 풍광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눈으로 그 풍광을 몽땅 담은 후,
시선따라,
발길따라 여기저기 셔터를 눌렀다.

곳곳에는 주인의 정성으로 물들어 있었고
일본 특유 감성 '아기자기한 멋'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나무에 걸려있는 해먹에 누워 '오늘만 같은 여유'를 딱 1주일만 더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웃음꽃 만발했던 나이지긋하신 할머니와 딸추정(?)으로 보이는 분의 환영인사를 받고,

(진심 그렇게 느껴졌다. 너무 친절데쓰) 자리에 앉아 또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넌 나에게 시선고정.
난 창문 너머에 시선고정.

그럼 음식을 주문해볼까?

아내는 다년간 '구몬'으로 닦은 일본어 솜씨를 발휘해보려 호기롭게 메뉴판을 봤으나...

손바닥을 펼쳐들고 "조또마떼구다사이"만 세 번 외쳤다.


하하하.


사실 음식 메뉴는 별거없었다. 케익과, 피자 두 종류다.

그런데 난 메뉴 밑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문장들이 골라야만 하는 '피자의 종류' 인줄 알고 사전을 찾아가며 해석하고 있었다.

답답했던 주인이 세번이나 내게 다가왔던거고...그때마다 나는 손바닥을 펼쳐들었던거고...하하하...

그치만 싫은 내색없이 웃으며 기다려줬다.

결국 독해는 내게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고(메뉴는 두 개뿐이고 그 밑의 글은 어떠한 재료로 만들어졌는 지의 부연설명이었다), 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스미마셍"을 외치며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했고 모녀는 내게 '가와이'라고 했다.


그래, 아내가 좀 귀엽지...

피자와 롤케잌 그리고 커피를 다 먹은 후 각자 유유자적 산책을 했다.

아내가 그렇게 산책하는 동안 나는 일광욕을 저리도 심각하게 하고있었다...


특유 버릇인 머리를 쥐어뜯으며...

뭘 보고있는 고니~

(나: 다음 일정 보고있는데욥?)

그리고 난 한 마리의 달마시안을 보았다.

달마시안 역시 따사로운 햇살을 마주하며 평화로운 척 했지만 현실은 잔혹하기만 했다.

자기보다 천 분의 일이나 작은 벌레들이 공격해온 탓에 벌레 퇴치용 패치들로 몸의 일부를 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마시안은 내게 너무나 이쁜 사진을 남겨줬다.

유독 가지만로에는 혼자 온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진의 여성 분은 차를 신중하게 고르는 듯 보였고, 식사가 나온 후에는 하나 하나 음미하며 즐기시더라.

음식이 주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신기한 듯 관찰했다.


그들은 분명 여행지에서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품는 듯 보였고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각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듯 했다. 우리와는 '다른' 그들이 재밌기도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이유는

그 들에겐 어떠한 부수적인 것들이 따라 붙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나'와

말그대로 자연 모습 그대로인 '자연'이 함께 교감을 나누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그 사람들과 방법은 다르지만
자연을 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오키나와 1일차 : 코우리대교, 사계의 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