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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Jun 07. 2021

세계문학을 읽어보자

0. 「열린책들 세계문학」읽기를 시작하며


1. 책 한 권 다 읽고 난 후 다음 책을 고를 때의 설렘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문학 책들이 그러한데 제목과 표지만 보곤 무슨 내용일까 짐작하고 상상하는 느낌이 참 좋다. 안 읽어도 읽은 듯, 밥 한 술 안 떠도 배부른 느낌이랄까. 마치 동경하던 황홀한 풍광이 바로 눈앞에 있어서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은 느낌이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런 마음 공감할까나.


2. 종종 다음 선택이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눈에 확 띄는 건 없고, 고만고만한 선택지만 너무 많을 때가 그렇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에서 뭘 볼까 고민하며 섬네일만 몇 시간 구경해본 이라면 알만한 느낌일 게다.


3. 그렇게 태평하게 이 책 저 책 견주어 볼 수 있는 것도 세계문학 시리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시류를 타지 않으니 말이다.


4. 세계문학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아마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려나. 무려 377권까지 나왔다. 유명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종종 이름값 못하는 번역이나 인쇄질은 유감이다. 어쩌면 유명세 때문에, 뭘 내도 어느 정도는 팔리고 재고는 이벤트로 털어내면 되니까 더 그러는 것일까.


그 외에 눈에 띄는 건 195권까지 나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다. 토니 모리슨, 앨리슨 먼로, 필립 로스, 윌리엄 포크너 등 다른 전집에선 다뤄지지 않으나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현대 작가가 많고 눈에 띄는 시도들도 끌리지만 문단 권력 휘두르는 출판사가 영 마뜩잖다.


다소 늦게 시작해서 84권뿐인 '창비세계문학'도 비슷하다. 새로운 시도도 하는 듯 보이지만 출판사가 마찬가지로 영 별로이고, 책 표지 질은 수준 이하인 경우도 왕왕 있다. 무엇보다 아집스러운 된소리 표기법은 참기 힘들다. 


'대산세계문학총서'(166권)나 '을유세계문학전집'(112권)은 세계문학류 중에서도 가장 참신한 목록을 자랑하는데 가끔 너무 참신하다 느껴질 때가 있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좀 먼 편이라 그런가, 책 구하기도 쉽지 않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은 러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한 역사 때문인지 목록에 러시아 문학이 많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거의 전집이 들어가 있을 정도다. 다소 편향적이지만 열린책들만의 고유한 색깔이 담긴 듯한 목록이 나쁘지 않다. 독특한 판형도 마음에 들고, 나름의 출판 철학에도 공감하는 편인데다 예전에 전자책 190권 세트 사놓은 게 있어서(4년 전에 190권을 247,500원에 샀는데, 지금 200권 세트가 270,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하기도 용이하다. 게다가 책마다 붙어있는 해설이나 작가 소개도 꽤나 충실한 편이라 신뢰가 간다.


5. 여하튼 이리저리하여 「열린책들 세계문학」 읽기 마라톤을 시작해볼까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리즈가 271권까지 나왔으니 매주 한 권씩 읽어도 5년이 넘게 걸리는 양이다. 물론 매주 한 권씩 읽고 글까지 써낼 여유는 없다. 고로 아주 천천히 포스팅되겠지만, 열심히 달릴 때도 있고 아주 길게 쉴 때도 있겠지만 목표하는데 의의를 두며 시작할까 한다. 이제 갓 달리기에 입문한 초심자가 한창 달리고 있는 마라톤 선수를 따라잡으려면,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가랑이만 찢어지지 말자, 책은 되도록 사서 보자, 는 두 가지 다짐만 슬며시 해본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목록


1. 열린책들 홈페이지 목록

http://www.openbooks.co.kr/html/open/world_02.html?open_gl_id=2


2. 열린책들 세계문학 목록(나무위키)

https://namu.wiki/w/%EC%84%B8%EA%B3%84%EB%AC%B8%ED%95%99%EC%A0%84%EC%A7%91(%EC%97%B4%EB%A6%B0%EC%B1%85%EB%93%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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