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고
지난번 포스팅에서 지기 싫어하는 마음에 대해 썼다. 아주 오랜 세월,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 마음을 상하게 하고, 내 마음도 힘들었단 이야기였다. 글을 쓰면서는 이제 좀 지면서 살자, 너무 아득바득 다 이기려 하지 말자, 다짐했더랬다.
그래서 지난 한 주간은 특별히 의식하며 지냈다.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마주칠 때마다 엎드리며 지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살짝 부딪치는 사람들을 만나도 내가 잘못했다고 먼저 고개를 숙였고, 회사에서 만나고 소통하는 무수한 사람들을 대하면서도 내 중심으로 생각하거나 매몰되지 않으려고 했다.
회사에선 업무 특성상 종종 화난 민원인을 상대해야 할 때가 있다.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이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화를 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런 전화는 처리하기가 껄끄럽고, 대화하며 내 감정이 쉽게 격해지기도 했다. 전화를 마치고 나면 기분이 나쁘고 찝찝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지, 하는 불편한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몇 차례 그런 전화를 받을 일이 있었다. (원래 자주 있는 일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요새 그런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전화받고 응대하면서 나를 너무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상대방 입장에 공감하려고 했고, 잘 듣고 필요한 말만 했다. 그 사람이 나한테 특별히 악한 감정 갖고 그런 것이 아니려니, 그냥 살다 보니 우연찮게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 휘말려 그러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상대의 짜증이 짜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를 끝내고 나서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비대했던 자아를 살며시 내려놓으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마치 유체이탈하듯 공중에서 제삼자의 시각으로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마음이 평안했다. 진작에 이럴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불필요하게 피곤하게 아득바득 살아온 걸까. 이젠 짜증 낼 시간을 줄여서 더 좋은 일에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