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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Oct 02. 2022

노동의 즐거움

크랜베리스콘 레시피


얼마 전 회사에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평소에 다들 요리할 일이 없단 이야길 들었다. 대개 배달 요리를 시켜 먹거나 주말에 요리를 한다 해도 밀키트를 사서 해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동료들 모두 아이가 없어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평소 요리를 즐기는 내 귀엔 왠지 모르게 낯설게 들린 말이었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한 6년쯤 됐으려나. 그 당시 군대에서 제대하고, 지인들과 함께 살았는데 당번제로 돌아가며 요리를 해야 했다. 생초보인 나로서는 암담한 일이었지만 매주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해서 겨우겨우 만들었다. 종종 실패했으나 주변에서 해준 격려와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고, 요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요리를 그 자체로 즐겼다. 요리가 즐거웠던 건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람은 늘 노동하며 지내지만 그 결과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우는 잘 없지 않은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도 늘 일이 잘 풀리진 않고, 줄 세우기식의 경쟁은 노동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리는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그럴싸한 결과물로 내 눈앞에 놓인다. '내가 이런 걸 만들었다'라는 뿌듯함과 만족감이 있는데,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노동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였다. 그때까지 '노동'은 하기 싫은 것, 힘든 것, 억지로 해야 하는 것 등 부정적인 느낌이었는데, 이런 게 노동의 즐거움이구나 싶었다.


새롭게 눈을 뜨니 일상이 새로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손수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즐거움, 밤이면 하루를 정리하며 빗질하고 걸레질하며 집을 정갈하게 정리하는 즐거움 등 노동의 즐거움은 일상 곳곳에 있었다.


요리를 하면서 베이킹도 조금씩 배웠다. 종종 과자와 빵을 구워서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을 한다. 생일을 맞았거나, 신세 진 일이 있거나, 환영할 일이 있을 때 등등 찾아보면 여러 구실들이 있다. 시중에 파는 과자들 성분표를 보면 이런 걸 먹어도 되나 싶은 경우가 많은데, 내 손으로 만들어 주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잘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는 말 한마디에 내 얼굴도 같이 미소 지어진다.


이번 주엔 마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스콘을 잔뜩 구웠다. 쿠키도 좀 구웠는데 모두 만드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오후 내내 집이 빵공장이 됐다. 그래도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그닥 힘들진 않았다.


오늘은 과자를 모두 나눠줬다. "삼촌 맛있어요. 제 생일날도 해주실 거죠?" 이런 말을 듣는데 어찌 또 안 할 수 있으랴.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이다.




<비건 크랜베리 스콘 레시피(만드는 법)>

1.큰 볼에 (구운)소금 2g + 두유 85g + 설탕 40g을 넣는다.

2.거품기로 저어 설탕을 녹인 다음,

3.기름 60g을 넣고 가운데부터 원으로 저으며 녹인다(유화작업) - 색깔이 변할 때까지

4.밀가루를 작은 볼에 240g 담고 베이킹파우더를 8g 넣고 섞어준다.

5.밀가루를 큰 볼에 체 쳐주며 넣는다.

6.어느 정도 섞어졌다 싶을 때 크랜베리 20~40g(기호에 따라)을 넣는다.

7.도마에 종이호일을 깔고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올린다.

8.반을 잘라 다른 쪽 반 위에 올리길 4회 반복해서 겹겹이 층을 쌓는다.

9.먹기 좋게 썰고 난 후 조각 사이를 떨어뜨려 놓고 오븐에 넣는다.

10.180도 예열 후 15분 구운다!


(주의사항)

-반죽에 손을 너무 오래 대지 않는다. 너무 많이 치대지 않는다. 떡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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