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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y 16. 2023

라이브커머스 지원사업의 명암

컨설팅으로 인연을 맺은 한 라이브커머스 대행업체가 지자체 지원사업에 입찰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공고문을 읽어보니 소상공인분들에게 라이브커머스를 비롯한 이커머스 전반적인 교육을 하고 라이브커머스 실습을 통해 궁극적으로 소상공인분들이 혼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었습니다.


불현듯 지난 몇 년간 경험했던, 성공적이지 못했던 라이브커머스 지원사업이 떠올랐습니다.


왜 지자체의 소중한 예산이 투입되는 라이브커머스 지원사업이 매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대부분 유사할, 대략적인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사업이 시작되면 라이브커머스 지원사업에 참여할 지자체 내 소상공인들을 모집합니다. 빠르게 모집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소상공인분들을 찾아다니며 지원 사업을 통한 혜택을 설명하고 설득을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아니 공짜로 교육시켜 주고 기술도 알려준다는데 왜 안 하지? 할 수 있지만 생업이 있는 분들이 확실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것에 소중한 시간을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지원을 할 소상공인분들이 모이면 이커머스 전반적인 내용부터 라이브커머스까지 이론 교육을 진행합니다. 최대한 쉽게, 최대한 많은 내용들을 가볍게 교육하는데 문제는 교육 대상인 수많은 소상공인들의 개개인의 니즈나 요구사항은 반영되지 못한 일방적인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소상공인분들은 이때 1차적으로 흥미를 잃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라이브커머스 실습에 들어갑니다. 실제 소상공인분들의 상품을 플랫폼에 입점시키고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판매를 해봅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회성 교육으로는 소상공인분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사업을 수주한 수행사가 진행하게 됩니다. 소상공인분들은 철저히 참관인 역할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 브랜딩이나 마케팅적으로 미흡한 소상공인분들의 상품을 판매하다보니 대부분의 라이브커머스 방송의 결과는 처참합니다. 기껏 시간 내서 교육받고 방송도 해봤는데 매출이 이러면 소상공인분들은 더욱더 지원사업에 흥미를 잃게 됩니다.


이렇게 끝이 나면 수행사는 지금까지의 결과를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지만 그저 해봤다는데 의의를 두는 것 외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보고서를 받아든,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도 머쓱해집니다.


지금까지 소상공인분들을 이커머스 생태계에 편입시키려는 지자체의 많은 지원사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판에 박은 듯한 저조한 성과로 사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추후 비슷한 지원사업 추진 시 소상공인분들의 저조한 참여는 당연한 것입니다. 


소상공인분들의 디지털화, 이커머스화는 저도 적극 찬성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서서 해야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지금까지는 그렇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연락을 해왔던 회사에게 수행 과정도 중요하지만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업 제안서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드렸습니다. 일회성 교육과 체험으로는 이커머스의 맛(?)을 보기 힘든 소상공인분들에게 꾸준히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그들의 기초 역량이 갖추어졌을 때 플랫폼 입점이든 라이브커머스든 하면서 작게나마 성공케이스를 만드는 방향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제 생각에 그 회사는 서둘러 제안서를 만들어보겠다고 답을 해왔습니다.


지금도 수없이 올라오는 라이브커머스 관련, 이커머스 관련, 온라인 판로 확대 관련 지자체 및 정부 지원사업들이 그 소중한 예산만큼 제대로 진행되고 소상공인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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