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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10. 2022

라이브커머스에서 팬미팅을 해볼까

홈쇼핑 방송의 모바일 버전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라이브커머스는 모바일의 자유로움 + 시청자와의 편안한 소통 가능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왠지 상품 판매에 더해 재미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홈쇼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온갖 분장이 등장하기도 하고 각종 상황극이나 코너들이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빼곡히 채우고 있습니다. 한 번은 어렵게 섭외한 개그맨들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라이브커머스 첫 방송 오프닝에서 서로 뺨을 치고 시작해 PD로서 기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도 5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이런 재미 요소도 어지간한 것들은 다 나와서 요즘은 경품 추첨, 시청자 반응 소개, 상품에 맞는 상황극, 현장 연결, 댄스, 노래 등이 계속 반복해서 나오는 추세입니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댄스팀 라치카의 리안을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스우파의 영향으로 꽤나 팬층도 많고 단발성이 아닌 정규 방송 출연자로 계약을 한 상황이라 회사에서 관심도 컸고 새로워야 한다는 기대도 컸습니다.

리안이 개인 방송도 자주 하는 편이고 충성도 높은 팬들이 많아서 어떻게든 이 팬들을 라이브커머스 방송으로 끌고 들어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리안의 댄스타임, 친구 초대 등 식상하고 하기 쉬운 아이디어들이 오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방송 중에 즉석 팬미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판매를 위해 1분 1초가 아까운 라이브커머스 방송에서 상품 설명을 완전히 배제한 팬미팅 코너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이 봤을법한 코너들로 가득한 라이브커머스 방송들 사이에서 늘 하던 것들을 반복한다면 결국 평범한 방송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전에 사연을 받아 팬미팅 대상자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단 3일 만에 100건이 넘는 사연이 도착했고 촉박한 시간임에도 하나하나 읽으며 첫 팬미팅 대상자를 정했습니다. 선정된 팬에게는 미리 연락을 해 출연 동의를 구하고 사연 공개에 대한 허락도 받았습니다.


대망의 첫 방송. 첫 만남부터 회의 때까지 해맑던 리안이 방송 전 크게 긴장하는 것이 나에게도 느껴졌습니다. 같이 진행하는 쇼호스트와 제작진이 격려도 하고 분위기도 띄워봤지만 첫 라이브커머스 출연이 주는 긴장감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사전에 방송에 대한 홍보를 어느 정도 해둔 터라 시작부터 3천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방송에 들어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방송 중반이 넘어갈 때쯤 회심의 즉석 팬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연 소개 후 영상 통화로 팬과 연결을 했습니다. 실제 리안과 1:1 팬미팅이 성사되자 팬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리안과 팬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8천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함께 보았습니다. 상품 설명에 손을 놓고 5분여간 진행된 팬미팅 동안 채팅은 몇 배 더 많아지고 입소문이 났는지 시청자가 순식간에 1만 5천 명을 넘었습니다. 리안 역시 팬과의 대화를 통해 긴장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후 방송 진행이 매우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객관적으로 상품 판매는 팬미팅 시간 동안 저조했으나 팬미팅 동안 더 들어온 시청자와 팬미팅으로 재미가 더해진 시청자들이 팬미팅 직후 빠르게 상품 구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방송이 끝난 뒤에는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매출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한동안 성공사례로 많이 회자가 된 것은 물론입니다.


아직 성공 공식이 없기에 때론 답답할 수 있지만 그렇게 때문에 이렇게 어떤 시도든 할 수 있는 것이 라이브커머스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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