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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Feb 21. 2022

독도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하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눈에 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매번 오지 않습니다.


작년 독도의 날을 맞아 회사에서 비밀스럽게 프로젝트 하나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바로 커머스 회사 최초로 독도에 가보는 것.


물론 단순히 독도 땅을 밟아봤다가 아니어야 하기에 치열한 논의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먼저 회사차원에서 경상북도, 포항시 그리고 울릉군과의 지속적인 교감을 통해 독도 방문 허가 및 방문에 필요한 지원을 얻어냈습니다. 


진짜 독도를 가기로 했으니 이제 콘텐츠를 채워야 할 때.


우리가 커머스 회사이기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독도를 좀 더 알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때마침 다른 부서의 도움으로 서경덕 교수님과 연이 닿아 우리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행과 출연에 대해 조심스레 제안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교수님은 흔쾌히 우리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판이 짜졌으니 방송 환경만 잘 만들어내면 끝....인데 역시나 모든 일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독도 내 전력 문제가 있었고 작은 섬인 만큼 늘 바람이 불어 방송이 가능할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독도까지 가서 실내에서 방송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단 독도에 도착해서 마땅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왕 가는 김에 그래도 좋은 방송 퀄리티를 유지하고 싶어서 라이브커머스치고는 꽤 많은 장비가 투입되었습니다. 전력가 걱정되어 발전기까지 챙겼습니다. 그나마 라이브커머스 방송이라 장비가 그 정도로 끝날 수 있었지 정식 방송이었으면 배 한 대분의 장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가볍게 할 수 있는 라이브커머스의 묘미가 여기서 또 한 번 빛이 났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방송의 난이도는 더욱 올라갔습니다. 독도는 숙박이 되지 않고 취식도 불가했습니다. 울릉도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방송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우리 사정과 무관하게 배 시간마저 정해져 있으니 최소한의 방송 세팅 시간도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하늘이 이런 우리가 가여웠는지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입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한 울릉도 독도 간 바다가 방송 날 너무 고요하고 날씨 역시 좋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기상 악화를 대비해 다음날 다다음날까지 스케줄을 빼두었던 터라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둘러 방송 스팟을 정하고 최소한의 리허설만을 진행했는데 벌써 방송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바람이 세차던 독도가 방송시간이 되자 귀신같이 조용해졌습니다. 독도의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화면에 담겼고 서경덕 교수님의 독도 특강이 시작되었습니다. 커머스 방송에서 독도의 역사, 일본의 만행 등이 소개되자 시청자들 반응은 좋은 것을 넘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실제 독도인지부터 커머스 회사가 어떻게 갔냐까지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또한 독도의 날에 독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독도에 대한 사랑이 커졌다는 반응들도 많아졌습니다. 

준비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기술적인 실수가 몇 번 있었지만 커머스 회사 최초 독도 현지 방송은 성공리에 끝이 났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보도자료가 나간 후 물밑에서 우리와 최초 타이틀을 위해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타 커머스 회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독도에서 의미 있는 방송을 할 줄은 알았지만 정말 커머스적인 부분을 포기할 줄은 몰랐다며 잘 봤다는 덕담을 건네었습니다. 


라이브커머스의 최고 매력은 매출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다양한 시도를 무겁지 않게 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라이브커머스의 존재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재로선 매출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도 이런 시도들을 통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간접적으로 상품 판매를 도울 수 있는 포지션. 그것 역시 라이브커머스가 안착할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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