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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Sep 13. 2023

어느 S급 헤드헌터 이야기


약 1년 전쯤 처음으로 채용 플랫폼에 이력서를 등록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책까지 출간한 작가인데 이력서쯤이야 생각했는데 막상 이력서를 써보려니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꼼꼼하게 정리해 둔 것도 없고 뭔가 저를 어필한다는 것이 꽤나 민망하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력서를 완성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이력서를 올리고 나니 한 번씩 헤드헌터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니 꽤 다양한 헤드헌터분들로부터 정말 다양한 회사의 포지션을 제안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헤드헌터분들과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같은 헤드헌팅 업무임에도 일하는 방식이 정말 다양한 것에 큰 흥미가 생겼습니다. 


제가 만났던 절반 이상의 헤드헌터분들의 일하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채용 플랫폼에서 이력서를 확인하고 메일을 보냅니다. 이런 회사에 이런 포지션이 있는데 적합한 것 같다. 이력서 보내주면 넣어보겠다. 그래서 이력서를 드리면 확인하겠다고 하며 그 뒤로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가끔 이력서를 확인했나 싶을 정도로 저랑 맞지 않는 포지션을 제안하며 이력서를 요구하는 헤드헌터분들도 여기에 속했습니다. 그 분들도 나름 사람을 평가하는 직업인데 달랑 메일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쉽기도 했고 문득  아무나 찔러보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무난했던 헤드헌터분들은 메시지로 연락처를 요청하고 직접 전화를 해서 회사에 대한 소개와 직무에 대한 설명을 나름 자세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력서를 받고는 언제 접수한다는 피드백을 주고 서류가 합격되면 면접 일정과 면접관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고 면접 후에도 면접 분위기는 어땠는지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전략을 세우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불합격이 되더라도 정중한 메시지로 안타깝지만 불합격이 되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다만 연봉 협상 시 제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무조건 고연봉을 고수해 저를 위한다기보다는 높은 수수료를 취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같은 업무를 해도 그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모두 같지는 않다는 것을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능력의 차이가 아닌 열정과 성실함의 차이일 것입니다. 같은 홈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PD일지라도 어떤 PD를 예전 방송 정보를 불러와 말 그대로 진행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이번 방송에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민하고 애를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헤드헌팅 업무이고 저는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연락만 주고받아도 이 분은 정말 S급 헤드헌터다라고 느낀 분이 딱 두 분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처음 전화를 할 때 회사에 대해서 포지션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함은 물론이고 저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보며 이력에 대해 다시 묻고 정말 이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체크를 했습니다. 


이력서를 받은 후에도 몇 가지 부분을 짚으며 내용을 이런 식으로 수정해도 되는지, 그 내용이 사실과 크게 어긋나는지에 대해 확인을 했습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면접 일정에 대한 안내는 물론이고 예상 질문과 면접관의 성향에 대해 알려주며 이런 식으로 답변을 하며 좋겠다고 의견을 내고 제가 미처 파악 못했던 회사의 정보까지 제공해 주었습니다. 한 분이 제안한 포지션에 대한 연봉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한 연봉과 제가 원하는 연봉이 크게 차이가 나자 그분은 제 경력을 볼 때 이 회사의 이 포지션이 너무 잘 맞을 것 같다고 돈 때문에 이런 기회 놓치는 건 본인도 안타깝다는 이야기와 함께 본인의 수수료를 일부 저에게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습니다. 다른 한분은 제 희망연봉을 회사에서 맞춰줄 수는 있으나 조금 부담스러워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실제 같이 일하게 된다면 좋은 인상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는 조언과 함께 저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연봉 수준을 다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희망연봉 수준으로도 입사가 가능하니 저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홈쇼핑 PD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그전에도 몇 번 헤드헌터분들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지만 12년 만에 많은 헤드헌터분들과 소통하고 일을 진행하면서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헤드헌팅 분야에서도 잘하시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 그것이 능력의 차이보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제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고민하고 마음을 다 잡게 해주는 그런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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