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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n 21. 2024

제발 클래스 좀 팔아주세요 -1

모 키즈 커머스 플랫폼에서 육아 클래스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고객의 육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꼭 상품만이냐, 육아 지식을 쌓아 더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아주 좋은 취지였습니다.

꽤나 영향력이나 회원수 등이 괜찮은 플랫폼이었고 나름 내공이 있는 전문가들을 섭외해서 클래스를 기획해서 오픈을 하는 터라 내부적인 기대가 아주 컸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도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형태로 오픈된 클래스는 4명, 7명 등의 초라한 수강생만을 끌어들이더니 마침내 수강생 0명으로 폐강되는 수모까지 맛봤습니다. 클래스를 준비한 플랫폼 입장에서도, 플랫폼을 믿고 클래스를 오픈한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너무나 당혹스러운 결과였죠. 그렇게 10여 회 클래스를 오픈하고 망하는(?) 결과가 반복되자 차라리 빠르게 프로젝트를 접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플랫폼 담당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사실상 지금 전문가들과 오픈을 약속한 클래스까지만 하고 접자는 분위기이지만 마지막으로 살려보고 싶다는 담당자의 말에 찬찬히 클래스를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몇만 ~ 몇십만의 회원이 플랫폼을 드나들었고 10만이 넘는 플랫폼 및 전문가 SNS를 통해서도 클래스는 열심히 홍보되고 있던 터라 노출의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클래스의 형태나 판매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먼저 모든 클래스의 진행 방식을 라이브에서 VOD와 컨설팅을 결합한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라이브는 생동감이 있고 강의와 질의응답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 시간에 가능한 사람이 아니면 클래스가 백만 불짜리 콘텐츠라고 한들 볼 수가 없다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전문가의 강의를 VOD 형태로 제공하고 라이브 때 진행되는 질의응답 시간을 전문가 1:1 컨설팅 바꿔서 언제든 강의는 듣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컨설팅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강의와 1:1 컨설팅을 구분해 두면 제공하는 것이 많아 보여서 클래스 단가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클래스 상세페이지를 전면 리뉴얼했습니다. 모든 클래스의 상세페이지를 뜯어보니 이런 내용의 강의를 이런 경력의 전문가가 해드리니까 꼭 들어보라는 차별화되지 않는 구성이었습니다. 저는 자극적이더라도 부모의 마음에 와닿는 내용과 구성이 필요하다고 어필하며 전면 수정을 제안했습니다.


대화 형식 상황극을 통해 보는 부모가 가지고 있는 육아 고민 -> 그것을 해결하지 않았을 때 우리 아이에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 그러기 전에 부모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는 희망 제시 -> 그 희망에 필요한 내용 -> 그 내용을 전달할 최고의 강사 소개


이렇게 구성을 바꾸고 중간중간 충분히 이미지 요소도 넣어서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어필했고 바로 신규 상세페이지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앱 진입 시 메인 화면에 '육아 클래스' 퀵메뉴를 추가하여 상품기획전 일색이던 메인 화면에 새로운 요소를 선보임으로써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기획전 형태로 클래스들을 모아두어 클래스의 다채로움을 강조하는 동시에 더불어 고객들이 원하는 클래스를 골라 들을 수 있게끔 UI를 변경했습니다.


리뉴얼한 첫 강의를 오픈한 날. 저 역시 괜히 플랫폼을 들락날락하며 담당자가 판매 관련 업데이트를 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다음날까지 시간이 흐르고 실패했나 생각이 드는 순간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클래스의 가격을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올렸음에도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매진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치상 약 3배 정도 구매 고객이 상승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플랫폼 담당자의 목소리가 그리 밝지는 않았습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습니다.


"저희가 제일 메인으로 밀고 싶은 강의들이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제안 주신 VOD와 1:1 컨설팅 결합 형태로 갈 수 없는 강의가 있고 또 하나 강의는 전문가분이 무조건 라이브를 하자는... 고집이 있으셔서요"


모든 일이 그냥 쉽게 풀리면 인생이 아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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