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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l 29. 2024

1화 그깟 공부 2년이면 충분하네?

슈퍼맨의 힘을 처음 느끼다

※잠시 기존에 쓰던 글 대신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이커머스에 대한 인사이트는 단 하나도 없는 글들일 것입니다. 제 커리어와 무관하지 않은 글이기에 이미 발행한 글들과 다소 중복되거나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경고 : 이 브런치북은 평어체로 작성됩니다. 중반까지 한없는 잘난 체의 향연으로 보시는 분의 성향에 따라 불편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꿈꾸던 명문대 진학은 나에게도 목표였다. 

다만 부산에서도 학업 성취도 측면에서 별 볼 일 없는 동네에서 반에서 10등, 전교에서 100등을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그저 혼자 외쳐보는 구호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쩌다 찍은 게 많이 맞으면 전교 50~70 등을 하며 만족해하고 찍은 것들이 틀려서 전교 100등 밖으로 벗어나 버리면 부모님께 혼나진 않을까 벌벌 떨던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어쩌다 평균 91점을 받고 반에서 4등 전교에서 45등을 하던 날의 기쁨이. 부모님께 등수를 이야기하던 그 당당함이. 또 넘사벽으로 공부를 잘하던 친구가 전 과목 합쳐 3개 틀렸다고 말하던 그 시큰둥함이.


과외를 받는 상황도 아니었고 그저 종합 학원 하나 다니며 나의 허황된 꿈은 거기서 멈출 운명이었다. 학창 시절의 전부를 부산에서 보낼 그런 운명이었다.


그렇게 중학교 3년이 지나고 고등학교 1학년마저 지나갔다. 

별 다를 바 없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익숙한 얼굴들이 역시나 같은 반이 되어 또 익숙한 1년이 될 것 같다고 느꼈다.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속 무엇인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제대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때?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도와줄 건데?"

"공부를 시작해 봐야 알겠지?"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내 몸속에 숨어 있던 슈퍼맨의 힘이 속삭인 것이. 

홀린 듯 나는 아무 이유 없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6시에 일어나 학교를 가고 1교시가 시작하기 전까지 교과서와 참고서를 탐독했다.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복습을 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시작하는 야간자율학습시간에도 나의 공부는 계속되었다. 12시가 다 되어서 집에 도착하면 잠시 tv를 보다가 새벽 1시쯤 잠이 들었고 다시 6시에 일어나 학교를 갔다. 주말에는 인근 대학교의 도서관을 가거나 독서실 자리를 예약해서 공부를 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갑자기 나 혼자 시작한 일이었다. 다만 신기하게도 누군가 도와주는 것처럼 제대로 시작한 공부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치러진 1학기 첫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 뒤 담임 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혹시 나한테 뭐 할 말 없니?"

"네 없습니다"

"확실해?"

"네"

"그... 네 성적이... 좀 많이 올랐는데.. 뭐 문제없는 거지?"

"네 그냥 공부를 좀 많이 했습니다"

"알겠다.. 가봐"

  

나는 전교 4등을 했다. 중위권을 전전하던 평범한 학생이 갑자기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자 선생님도 친구들도 놀랐다. 나도 놀랐다.

2~3개월 공부의 성과로는 믿기지가 않았다. 그때 내 몸 안에 있는 슈퍼맨의 힘을 느꼈다. 마음먹으니까 뭔가 내 뜻대로 흘러가네?


그 뒤로 달라진 선생님과 친구들의 시선, 부모님의 신뢰를 마음껏 즐겼다. 명문대 진학의 싹이 보이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학교의 차별도 죄책감 없이 누렸다.


이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2년간 반복했다. 졸리지 않았다. 지치지 않았다. 약속했듯이 특별한 나의 힘은 이 반복되는 일상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내내 반 1등과 전교 5등 안의 성적을 반복했다.


학창 시절의 투자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가고 싶었던 명문대 최고 인기 학과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합격 통지가 무덤덤하게 느껴질 만큼 내 수능성적은 넉넉했고 대한민국 최고 대학에는 왜 지원하지 않았냐는 학교 선생님의 난감한 전화만이 성가셨을 뿐이다. 


그렇게 평생을 부산에서 살던 나는 서울로 향했다. 무연고의 삶이, 대학교라고 하는 제한 없는 자유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슈퍼맨의 힘이 있는 한 무서운 건 없었다. 


2년간 단조로운 삶을 살았던 내게 대학 생활은 신세계와 같았다. 

음주, 연애, 낮과 밤이 바뀐 생활 같은 강렬한 쾌락에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슈퍼맨의 힘은 잠시 그 존재감을 숨기고 있었다. 


내가 군대를 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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