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가 '언택트'입니다.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많은 활동들이 온라인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제는 회의도 비대면, 강의도 비대면 심지어 콘서트도 비대면으로 합니다. 코로나가 당분간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이런 언택트 활동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기존의 대면 활동에 비해 크게 불편하지 않은 점들까지 부각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이 '언택트'는 여전히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입니다. 언택트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요즘 홈쇼핑의 대응 역시 눈여겨 볼만합니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코로나 발생 전 대비 절반 가량 방문 고객들이 감소한 매장들도 즐비하고 그에 따라 매출 역시 타격을 입었습니다. 요즘 홈쇼핑들이 모바일 방송을 활용해 기존 스튜디오를 벗어나 그런 매장들에 직접 가서 방송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고객들을 대신해 매장을 방문한다는 컨셉으로 실제 매장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인기 맛집의 식품을 판매하면서 실제 그 맛집을 찾아가 시식과 더불어 매장의 모습, 주방에서의 조리 모습 등을 리얼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의류를 판매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매장의 다양한 옷들을 같이 소개하고 코디해보는 포맷입니다. 심지어 농수산물을 판매하면서 실제 과수원 등의 산지에서 직접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포맷의 방송을 제공하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방문이 어려운 오프라인 매장을 대리 방문한 경험을 주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산업군이 타격을 받았지만 홈쇼핑은 매출이 우려할 만큼 감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기본적으로 비대면 판매방식이었기 때문에 큰 변화를 겪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경제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매출 자체가 좋지는 않지만 집에서 홈쇼핑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시청자 수가 늘어나면서 홈쇼핑이 계속 똑같은 스튜디오에서 비슷한 세트로 판매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판매하는 상품도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에 봤던 세트를 그대로 오후에 보고 저녁에 또 본다면 시청자들은 '홈쇼핑은 뭐 맨날 재방송 같네'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홈쇼핑 회사들 간 난데없는 연출 싸움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결과 최근 홈쇼핑에서 유행하는 것이 '가상 스튜디오'입니다. 철저히 실제 세트로 구성되던 홈쇼핑 방송에 가히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밝혔듯 고객들에게 매장 대리 방문 경험을 주기 위해 3D로 오프라인 매장을 구현하여 방송을 하기도 하고 브랜드의 유명 연예인 영상이 세트 전체에 나오기도 합니다. 복숭아 방송을 하면 세트 전체가 복숭아 과수원 영상으로 뒤덮입니다. 마치 실제 과수원에 있는 느낌입니다.
그전까지 구현의 어려움, 실제 세트 대비 비효율성을 우려해서 시도되지 못했던 것들이 언택트 시대를 맞아 과감히 시도되었고 우려에 비해 난이도나 비용 등이 문제 되지 않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홈쇼핑에 가상 스튜디오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홈쇼핑에 있어 방청객은 방송의 분위기를 띄워주고 현장에서 고객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존재입니다. 호스트 역시 방청객들의 반응을 보고 직접 소통할 수도 있기에 방청객이 있는 방송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스튜디오에 방청객을 초청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태 초기에야 잠깐 이러다 말겠지 하며 방송을 강행했지만 갈수록 방청객이 꼭 필요한 방송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온라인 방청객입니다. 앞서 소개한 가상 스튜디오와 연결되는 것인데 10여 명의 고객들과 영상통화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 화면들을 가상 스튜디오 한쪽에 입히는 방식입니다. 언뜻 보면 SF 영화의 회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인데 실제 그 고객들은 영상 통화 연결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고 반응을 하며 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현장에 없다는 차이만 있지 예전의 방청객의 역할과 동일한 것입니다. 10년이 넘게 홈쇼핑에 종사한 저로서도 참 신기한 장면이기는 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홈쇼핑 역시 재택근무, 매출 감소, 당연시되던 프로세스들 다수가 불가능 상태가 되면서 상당한 부침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계 상황이 되어봐야 극한의 능력이 나온다고 하던가. 아이러니하게도 잘 돌아가던 시스템을 핑계로 시도되지 못하던 새로운 것들이 하나둘씩 시도되고 그것들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홈쇼핑 방송은 오히려 연출면에서 매우 풍성해졌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홈쇼핑 역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홈쇼핑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