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매출을 올리는 라이브 커머스는 오랜 기간 동안 TV 홈쇼핑으로 대표되었고 사실상 홈쇼핑이 독점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랬던 라이브 커머스가 모바일화, 방송 장비의 간편화, 통신망의 획기적인 발전 등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의 라이브 커머스 툴 제공이나 각종 라이브 커머스 앱 등의 등장으로 누구나 모바일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유통업계 내에서 이미 경쟁사들에게 조금씩 파이를 빼앗기고 있으며 TV 방송의 성장 또한 불확실성에 빠진 홈쇼핑 회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홈쇼핑 업계에서도 이 모바일로 송출되는 라이브 커머스를 어떻게든 비지니스 모델로 만들고자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회사의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를 살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어서 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모바일 방송의 경험 부족, 기존 핵심 고객들의 연령층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의 괴리, TV 방송에 특화된 상품들로 인해 좀처럼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매출 대박 뉴스에 임원들의 은근한 성과 기대까지 더해져 실무자 입장에서 요즘 이것만큼 신경 쓰이는 것이 없다.
타사에서 대박이 난 상품을 더 좋은 조건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야심 차게 방송을 했지만 미미한 매출을 올리고 같이 준비한 동료들, 협력사분들을 쳐다보기도 미안한 요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자면 계속되는 실패에 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가 홈쇼핑에 적합한지 그리고 이것이 미래의 핵심 유통 포맷이 될 수 있을지 괜스레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냥 홈쇼핑은 제일 잘하는 TV 방송에 집중했으면 좋겠고 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는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플랫폼 업체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닌가 하고 혼자 꽁해 있다가 문득 10여 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 홈쇼핑 상품 주문의 80%는 전화를 통한 ARS 주문이었다. 방송을 보다가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상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을 때는 상담원을 통해 문의를 한 후 주문할 수 있는 상담원 전화 주문도 있었다. 그래서 방송 중에 주문이 몰리면 쇼핑호스트의 단골 멘트는 '기다리지 않는 자동주문전화로 주문 부탁드립니다'였다. 인원이 한정되어있는 상담원 주문보다는 ARS 주문으로 좀 더 빠르게 주문을 받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에서 앱을 제작해서 배포하더니 앞으로는 앱 주문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향후에는 모바일이 중심이 될 것이니 기존의 전화 주문 형태를 바꾸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PD들은 불만이 많았다. 60분 동안 상품 판매하기도 바쁜데 2~3분을 할애해서 고객들에게 앱 홍보와 설치 방법 등을 안내해야 했고 앱 주문 활성화를 위해 앱 주문 시 할인 혜택을 제공했기에 앱 주문 시에만 달라지는 상품 가격 안내도 따로 해야 했다.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친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잘 해오던 방식을 버리고 굳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서 모두를 피곤하게 만드는 이 상황에 대해 다들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다. 지금은 모바일 주문이 대세이자 모바일 주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으면 아예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났다. 나 역시 지금 모든 온라인 주문을 모바일로 하고 있다. 만약 그때 약간의 불편함이 싫어서 우리 회사만 전화 주문을 고집했다면? 어차피 계속 잘하고 있었으니 변화 없이 기존 방식만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했더라면? 어차피 가정이지만 지금의 우리 회사는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수도 있다.
매번 얼마 되지도 않는 매출을 올리며 힘겨운 방송을 끝내고 나면 내가 뭐하나 싶기도 하고 굳이 이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원래 제일 잘하고 좋아하던 TV 방송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럴 때마다 10여 년 전 일을 떠올리며 미리 변하지 않으면 결국 살아남을 수 없음을 스스로 상기시킨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이 비지니스의 성공 열매를 내가 취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산업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단계의 최전선에 있음을 뿌듯해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