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y 지크

홈쇼핑 산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해서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협력사와 집에서 편하게,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영상으로 보고 싶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며 대체 불가의 존재로까지 거론되던 홈쇼핑 산업이 이제 성숙기를 지나 정체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쪽을 담당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홈쇼핑 산업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상품 제조사 입장에서는 홈쇼핑 방송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모바일 커머스 시스템이 많아짐에 따라 선택권이 넓어졌습니다. 상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시청자들이 많은 플랫폼으로 송출해서 한 시간 동안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홈쇼핑 방송이었다면 이제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에서 모바일을 통해 동일한 구조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홈쇼핑만의 희소성이 사라졌습니다. TV에 비해 아직 시청자 수가 많지 않고 방송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벌써 TV 방송보다 매출이 많이 나온 방송이 속속 등장하는 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거창한 장비도 필요 없습니다. 멋진 스튜디오도 필요 없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모바일 특성상 홈쇼핑보다 월등히 저렴한 수수료, 품질 검사 과정 간소화 등으로 제조사 입장에서는 접근성마저 좋아졌습니다. 저만의 추측은 아닌 것이 벌써부터 제조사들이 우리와 방송을 위해 논의를 할 때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이유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물론 쇼호스트를 비롯한 홈쇼핑 인력과 공간, 장비, 배송 서비스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과 수수료가 동일할 수는 없습니다)


고객들은 더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점점 TV 시청 시간은 줄어들고 스마트폰은 거의 하루 종일 가지고 다니는데 모바일로도 홈쇼핑 방송만큼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방송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실상 일방향 방송인 TV방송에 비해 채팅을 남기면 진행자가 적극 소통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내가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저렴한 수수료와 방송 간 경쟁의 결과물로 상품의 가격이나 주문 혜택 또한 홈쇼핑 방송에 비해 괜찮은 경우가 많아서 잘 찾아보면 득템 할 수 있는 기회도 매우 많습니다.


최근 저에게 모바일 방송 운영방법을 문의하는 협력사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본인들이 따로 운영하는 방송을 연출해줄 수는 없는지 제안이 들어옵니다. 물론 회사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거절은 하지만 요즘 들어 제대로 된 연출가와 진행자만 구할 수 있으면 홈쇼핑을 벗어나 본인들 스스로 모바일에서 방송을 해보겠다는 협력사들의 의지가 강해진 것이 느껴집니다.


이에 따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쇼호스트들도 급격히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홈쇼핑 회사에 입사해야만 정식 쇼호스트로 인정을 받았지만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해 굳이 공채로 입사해 홈쇼핑 방송에 출연을 하지 않고도 쇼호스트로 명성을 떨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상품을 판매할 줄 아는 진행자들도 많아졌고, 방송도 하기 편해졌습니다. 아직 TV만큼은 아니지만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플랫폼도 갖춰졌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상품 판매에 대한 노하우만 조금 갖춰지면 홈쇼핑을 통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 노하우마저 몇 번 방송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깨우칠 수 있습니다.


홈쇼핑 회사 직원으로서 이렇게 변해가는 상황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어느 순간 상품을 팔아달라고 찾아오는 협력사들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듭니다.


누군가는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가 커머스의 미래라고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잠시 유행일, 돈 안 되는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합니다. 늘 그렇듯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아직 이 산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홈쇼핑 역시 미래에 대비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홈쇼핑만의 차별화로 지금처럼 제조사들의 좋은 상품 판매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면접 중에 내 브런치 이야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