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방송 매출 부진은 누구 책임일까

by 지크

요즘 클럽하우스에서 커머스 관련된 이야기를 부쩍 많이 나누게 됩니다.

얼마 전 쇼호스트들이 모여 '잘 나오면 상품 덕, 안 나오면 쇼호스트 탓!'이라는 방이 있어 쇼호스트들의 신세한탄도 듣고 제 경험도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홈쇼핑 방송 매출 부진은 누구의 탓인가'


정말 근원적인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홈쇼핑 회사들의 염원이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업무형태는 여러 번 밝혔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입니다.


방송 하나를 하고 나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방송의 매출 호조/부진 원인을 정확히 찾고 다음 방송 때 보완을 해서 더 좋은 매출을 내는 업무방식.


얼마나 이상적인 업무 방식인가요.

문제는 홈쇼핑 방송이 이런 데이터의 영역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름 끼치게 방송 준비를 잘했지만 날씨가 좋아 사람들의 외출이 많아져서 시청자 수 자체가 적었다면?

방송이라는 측면에서는 엉망 그 자체였지만 상품력으로 매출이 잘 나온다면?


매출을 우선시하는 데다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마저 많은 홈쇼핑 방송이기에 매출 결과에 대한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때 A/B 테스트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변수 하나만 바꿔서 계속 테스트를 해서 방송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테스트는 홈쇼핑의 한계만 확인시켜주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정확한 데이터의 근간인 변수 통제가 전혀 되지 않습니다.

같은 쇼호스트와 같은 상품, 같은 혜택으로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방송을 한다 한들 지상파 편성이 매일 달라서 시청자 유입 형태가 다르고, 수시로 바뀌는 카드 할인, 앱 혜택 등을 모조리 통제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결과는 늘 다르게 나옵니다.


이래서 홈쇼핑이 몇 년 전부터 데이터 베이스 업무를 부르짖지만 아직까지 PD의 감과 쇼호스트의 진행에 의존한 방식이 남아있는 이유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그 누구도 매출이 잘 나왔을 때, 혹은 잘 나오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려우니 서로 진땀을 빼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매출이 잘 나왔을 때는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리뷰가 오고 갑니다. 협력사와 MD는 PD와 쇼호스트를 칭찬하고 PD와 쇼호스트는 또 기가 막힌 상품 덕이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문제는 방송 매출이 기대 이하일 때, 그리고 서로 간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본인보다는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라 PD와 쇼호스트는 상품에 의문을 제기하고 MD와 협력사는 방송 자체에 대한 불만을 표시합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대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것보다 쉬운 일은 없습니다.

대부분은 PD와 쇼호스트가 방송이 부족해서 죄송하다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수시로 일어납니다.

이때 아무래도 출연을 하고 진행을 한 쇼호스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앞서 언급한 그런 방이 생기고 쇼호스트들이 열변을 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업체에게 모진 말을 많이 들었다던 한 쇼호스트는 매출이 기대 이하이면 이제 무서운 마음에 방송이 끝나자마자 도망친다는 이야기를 하며 씁쓸해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 쇼호스트는 매출이 안 나와서 받기로 한 출연료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저 역시 매출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된 적도 있고 부진의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다가 논리 부족으로 민망해진 경험도 있습니다.

물론 오랜 기간 동안 같이 일을 하고 신뢰가 쌓인 경우가 많아 매출이 몇 번 부진해도 서로 다독이며 더 잘해보자고 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홈쇼핑 방송과 라이브 커머스이지만 그 매력에 빠진 협력사들과 쇼호스트들이 현재 매우 많습니다. 앞으로 더 커질 시장 앞에서 서로 공생하고 동행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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