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한가운데서 전복을 팔아? -2

by 지크

오후 방송은 피로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긴 이동 시간을 거쳐 완도로 와서 여독도 풀지 못하고 새벽부터 차를 타고 배를 타고 심지어 계획된 시간보다 더 긴 방송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러낸 뒤라 호스트도 스탭들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오후 방송이 진행될 전복 회사로 가서 한 시간이라도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그날이 마침 인근 마트에 전복을 납품하는 날이라 방송을 하기로 한 회사 내부 시설 쪽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수많은 트럭이 들어왔다 나가고 수많은 직원들이 작업복을 입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휴식은 커녕 방송을 여기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담당자도 이리저리 뛰며 방송이 가능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말 다행으로 방송 직전까지는 작업을 모두 마치는 것으로 협의를 봤고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역시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무대 세팅과 리허설 등을 하며 진땀을 흘렸습니다.


방송이 시작되면 늘 그렇듯 혼돈의 현장이 무색하게 시청자들에게는 깔끔히 정리된 화면이 소개됩니다.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수정하고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 무대 반대편에서는 미처 끝내지 못한 전복 운송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고 원래 계획했던 전복 요리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지만 호스트의 밝은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급하게 섭외한 전복 회사 직원분이 전복 보관, 관리, 포장 배송 등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생생하게 소개하자 또다시 많은 시청자들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기특하게도 카메라만 다가가면 전복들이 온몸을 움직이며 신선함을 자랑했고 때마침 완성된 전복 물회, 전복 삼계탕, 전복 버터구이 등이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습니다. 섭외된 직원분이 양식장에서 갓 들여온 전복들이 가득 들어있는 수조 안에서 몇 번이고 전복들을 꺼내 보여주며 오전 양식장에 비해 다소 아쉬운 현장감을 채워주었고 오전과 마찬가지로 흥이 난 호스트와 직원분은 어디선가 죽은 전복을 주워와서 계획에는 없었던 신선한 전복과 그렇지 않은 전복의 차이를 극명하게 비교하며보여주었습니다.


오후 방송마저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20분 연장을 했고 방송이 끝나자마자 호스트부터 스탭, 방송을 지원해준 전복 회사 직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바닥에 주저앉거나 벽에 기대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 와중에 모두 매출을 확인하느라 바빴고 오전만큼의 매출이 또 나왔음에 기뻐하고 안도했습니다.


라이브 커머스 사상 가장 먼 곳에서 진행한 방송은 이렇게 끝이 났고 그날 저녁 호스트, 스탭들과 함께 완도의 시원한 바다를 배경 삼아 잘 썬 자연산 농어에 소주를 곁들이며 무용담 자랑하듯 그 날 방송에 대한 이야기꽃을 늦게까지 피웠습니다.


야외 방송은 많이 해봤지만 이번만큼 변수도 많고 현장에서 급히 수정하고 조율해서 진행한 방송은 처음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그럴 때마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현장의 묘미라는 생각에 짜릿함을 더 느낀다는 것입니다. 부조정실에 앉아서 화면을 보며 콜을 할 때보다 훨씬 제가 더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회사 복귀 후 재미있는 방송과 매출을 둘 다 잡아 모두에게 칭찬받은 것은 물론입니다.


라이브 커머스가 더해지면서 홈쇼핑도 이렇게 조금씩 생동감을 찾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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