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살고 있는 마을은
집성촌(같은 성(姓)을 가진 사람이 모여 사는 촌락)에
부촌(富村)입니다.
그래서 땅을 팔지도 않으시고
혹 매물이 나와도 마을에서 다 사들이시고
다른 성씨의 외지인이 들어오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으십니다.
주변에 널리 외지인이 정착하기 어려운 마을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빈집에 임시로 살던 사람들 중에
이 마을에 땅을 구해 정착한 사례가 한 건도 없습니다.
사실 저희도 이 마을에 살면서 마음에 들었던 땅이 있는데
그 땅은 문중 소유라서 더더군다나 팔지 않으실 것이기에
오랜 이웃님들은 아시듯이 예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을 때도
다른 마을로 땅을 구했었지요.
작년 봄에 마을에 건축할 일이 생겨 어르신들이 상의 중이시기에
이만저만한 땅을 저희가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자네들이 살겠다면 팔겠네."라고 하시는 겁니다.
허걱~ 문중 땅인데!!!
어르신들이 내신랑 천일동안 님에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옮기자면
"자네가 우리 마을 보물인데
마을을 나간다 해서 전부 걱정 중이신데
집 짓고 살겠다면 팔아줘야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작은 임야 사놓은 곳에 집 짓기를 추진하지 않고
집짓기 펀드도 중단시켰으나
문중 땅이라 전국 차원의 문중 회의에서 결정이 나와야 하는 고로
여러분께 얘기도 못 하고 기다리고만 있었지요.;;
지난봄에 찍어둔 사진입니다.
지금 사는 집 옆이자 뒤쪽이라 더 산 쪽에 있는 땅이지요.
저희처럼 산속 작은 땅을 찾는 사람에게는 딱 맞는 땅입니다.
잘 됐지요? 으하하~~~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버전)
원래 어르신들 계획은
저희가 사는 집 아래쪽에 건축물을 지으시는 것이었고
저희는 저희 계획대로 지금 집에 살면서
돈 벌어가며 천천히 집을 짓고
저희가 옮겨가면 지금 살고 있는 낡은 집은 허무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문중 회의에서 계획이 수정되어
어차피 허물 집이면 지금 허물고 거기에 건축을 하시기로 된 거예요.
그래서 이번 음력 설 연휴가 지나면 집을 비워드려야 됩니다. 엉~ 엉~
저희 집을 지을 동안은 옆에 있는 서당에서 기거하라고 해주셨지만
거기가 딱 잠만 잘 수 있는 곳이고
돈 벌어가면서 집 지을 만큼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얼른 집을 지어야 하게 생겼어요.
이 말씀을 어제 오후에 듣고
저희 부부는 한참을 정신없이 멍해 있었습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이런 날벼락이... 헐...;;
이게 지금 좋은 소식을 전하는 건지 나쁜 소식을 전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상황이 이렇게 되었고
저희는 내일부터 짐 싸려고 친구네서 농산물 박스도 빌려왔습니다.
집을 얼른 지어야 해서
집 지을 동안에는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일도 못 나갈 텐데
아시다시피 저희에게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여
펀드도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당분간 안 쓰셔도 되는 자금 있으시면
저희에게 보내셔서 돈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 저렴하게 땅을 팔아주시고
건축하시면서 저희 건축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 주려 하시는
우리 마을 어르신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