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중, 먼저 퇴원하시는 분들을 보니
간호사분께 이런저런 서류를 달라고 하더군요.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된다고.
제가 퇴원할 때
간호사분이 필요한 서류 있으면 얘기하라 하시길래
"필요 없어요, 보험이 없거든요." 했더니
간호사를 비롯해서 병실 내 모든 사람의 눈이 동그래지면서
"왜요?" 하고 합창을 하더라구요.
저는 주민등록번호 있으면 누구나 가입해야 되는
국민건강보험 외에는 보험이 없습니다.
수입에 여유가 있어 생활하고도 남으면 하나 가입할는지 몰라도
지금은 보험에 가입하려면 그 보험료를 벌기 위해 더 일해야 합니다.
보험료를 벌기 위해
가족과 함께 할 시간도 줄어들고, 무리해서 일하고
그렇게 보험료를 위해 살다 아프게 돼서
보험금 받아다 병원 갖다 주고...
좀 과장되긴 했지만
가난한 이들에겐 영 말 안 되는 소리도 아니죠.
사람들이 갑자기 수입이 없어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험 해약이잖아요.
저는 무엇보다 의료보험을 민간회사가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아플 때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니
그것은 공동체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이지
이익 추구가 목적인 회사에서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회사에서 하다 보니
보험료 속에 회사 경영에 필요한 온갖 비용이 포함되고
가입할 때는 간도 빼줄 것 같이 하다가
보험금 줄 때는 이것저것 트집 잡고
안 주려고, 덜 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죠.
자동차 보험이나 화재 보험 같은 건 몰라도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에서 전부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번에 제가 주사치료로 회복이 안 됐다면
시술이라는 걸 받아야 하는데
의사 말씀이 그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고
비용이 1회 200만 원 정도라고 하시더군요.
그걸 두세 번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저는 치료를 포기했을 겁니다.
가난해서요...
가난해서 치료비도 없고, 민간보험도 없어서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동물에게까지도 그렇기를 희망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먹는 것과 치료, 주거공간 확보 같은
최소한의 생명과 존엄 유지에 필요한 문제는
공동체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